미국 국무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 발표된 이튿날인 19일(이하 현지시간) 평양에 외교공관을 둔 나라의 미국대사관들에 공문을 보내 주재국 정부와 접촉을 강화하며 북한내 동향 정보를 파악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북한 내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점을 답답해 한다"며 "북한과 국교를 맺고 평양에 대사관을 둔 나라들에 대한 탐문도 김정일 사후 평양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국무부가 가장 먼저 한 일중 하나는 북한과 수교한 국가의 현지 대사관에 외교전문을 보내 평양의 움직임을 간접적으로라도 파악하도록 지시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1994년 7월 9일 김일성 주석 사망이 발표된 직후 국무부가 주요국 대사관에 보낸 비밀해제 외교전문에 따르면 "수신 대사관의 주재국은 평양에 외교공관을 두고 있어 평양 상황에 대한 정보를 받는데 유리한 입장에 있다"며 북한 내 정보 파악을 위해 주재국 정부와의 외교접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문의 수신처는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서방국가인 영국, 독일, 스웨덴을 포함해 중국, 러시아, 폴란드, 이집트, 헝가리 등 오랫동안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나라 주재 미국 대사관들이었다.
북한과 수교한 국가는 164개국이나 이중 평양에 상주공관을 두고 있는 국가는 30여 개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문은 "국무부는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워싱턴 시간으로 7월 8일 밤 11시(평양시간 7월 9일 낮 12시)에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며 북한의 공식 발표전에는 이 사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전문은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김 주석 사망 직후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북한이 미국에 김 주석 장례식 참석을 초청할 경우 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 같은 내용을 "주재국 정부에 전달하고 공유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문은 또 "북한이 국가적 추도기간에는 내부 문제에 신경을 쓸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김 주석의 결단에 따른 미북 대화를 재개시킨 모멘텀이 계속되고, 3차 제네바 미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은 특히 "우리는 남북대화의 모멘텀도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김일성 사후 북한 내부와 휴전선 일대에 군부의 특이 동향이 없으며, 주한미군의 경계태세에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평양에 공관을 둔 주재국 정부와 공유토록 한 것은 간접적으로라도 김일성 주석 사망에 따른 미국의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려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김정일 사후에도 역시 국무부가 평양에 공관을 둔 나라의 대사관에 외교접촉 강화 지침 을 시달한 것은 불투명한 향후 북한의 진로를 파악하기 위한 단서를 포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정보 파악 경로도 있지만 외교 채널을 통한 정보 파악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장례식 등 추모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제3국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전달하는 효과도 고려됐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김정일 사후 미·북 뉴욕채널 접촉사실을 공개한 것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외교적 노력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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