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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드회사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취재파일] 카드회사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요새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는다. 이들은 대부분 카드회사가 회원도 모르게 막무가내로 카드론 한도를 부여하고, 본인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한 채 카드론을 해 주는 바람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며(또는 피해가 커졌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거나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다. 

"소송을 내 봐야 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고, 결국 본인이 갚아야 한답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독촉 전화를 받다보니 스트레스로 대상포진이 발병해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카드회사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완전히 녹초가 됩니다. 한 번은 카드회사 직원이 느닷없이 집으로 찾아와 너무 놀랐습니다."

"카드회사가 제시한 조건(분할 상환 또는 이자 감면)을 거절했더니 채권 추심업체로 넘겼답니다. 빚 독촉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데 두렵습니다."

카드론 보이스피싱에 절망한 한 60대 남성이 자살한 일까지 일어났다. 다른 피해자들 역시 이렇게 강압적인 빚 독촉이라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또 다른 극단적인 선택이 잉태되고 있는 상황. 빚 독촉은 당해 본 사람만 안다, 얼마나 피를 말리는 일인지.

"일단 분쟁조정이 신청되면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카드사가 빚 독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담당 팀장의 말이다. 하지만 협조 요청이란다. 구속력이 없는. 카드사들은 빚 상환을 요구하는 게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빚 독촉이 옳은가?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접근한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올해만 놓고 보자. 굵직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당사자는 어디인가? 현대카드,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물론 이들 카드회사에서 유출된 정보가 직접적으로 보이스피싱에 활용됐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고 아니라는 증명도 이뤄진 적이 없다. 보이스피싱을 가능케 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카드회사들은 어떤 책임을 졌는가? 실질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카드회사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이렇게 강압적인 빚 독촉을 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신용카드 회사를 규율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4조2항(신용카드업자의 금지행위). "신용카드업자는 소비자 보호 목적과 건전한 영업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신용카드 상품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과장되거나 거짓된 설명 등으로 신용카드 회원 등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

                   


 
신용카드 회사들은 카드론이라는 상품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과연 충분히 제공했을까? 그렇다면 카드회사들은 과연 법을 지키고 있는 것인가? 금융감독 당국은 카드회사들이 법을 (취지에 맞게) 준수하고 있는지 제대로 감독하고 있는 것인가?

금융(金融). 국어사전에는 '금전을 융통하는 일. 특히 이자를 붙여서 자금을 대차하는 일과 그 수급관계를 이른다.'로 정의돼 있다. 사전적 의미로 카드회사는 영락없이 '금융회사'임이 맞아 보인다. 그런데 "금융회사라면 고객 재산 보호에 문제가 있다면 영업을 중단하고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금융소비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일. 이것이 사회가 요구하는 금융회사의 정의다. 그렇다면 지금의 카드회사는? 고객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는 관심도 없다. 범죄의 피해자임을 뻔히 알면서도 있는 재산마저, 아니 없는 돈까지 만들어 갚으라고 압박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의 카드회사들은 사실상 금융회사가 아니라고 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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