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낌새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등 정부의 대북정보 수집 능력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일 열린 국회 정보위와 국방위에 각각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북한 발표가 있기 전까지 몰랐다고 답변했다.
원 원장은 "북한 내부에서도 몰랐다. 중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등도 모른 것 같다"고 말했다고, 김 장관은 "뉴스를 보고 알았다. 현재 국방정보감시 체제를 가지고서 김정일 사망을 아는 것은 다소 제한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급사했다는 북한의 발표가 맞다면 이틀간이나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군과 국정원이 파악하지 못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발언이다.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양대 기관의 눈과 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군과 국정원은 크게 인적정보(Humint)와 신호정보(Sigint), 영상정보(Imint)를 총동원해 대북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채널 중 어느 한 곳에서 첩보가 수집되면 나머지 두 채널로 수집된 첩보를 조합해 하나의 정보가 탄생한다.
인적정보망을 통한 대북 첩보 수집은 국정원과 국군정보사령부가 맡고 있다. 두 기관은 탈북자나 중국 동포 등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정보당국에 몸담았던 퇴직자들에 따르면 인적정보망은 주로 북한의 접경지역에서 가동된다고 한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를 왕래하는 북한 주민이나 중국 동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해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들에 체류하는 탈북자들도 정보 수집에 활용된다. 다만, 탈북자를 북으로 재투입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는 당국에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이나 중국 동포를 활용한 정보는 장마당의 물가 수준이나 주민들의 배급상황, 생활수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 퇴직자는 전했다. 북한 핵심 지도부나 군부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인적정보망은 가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들어 경색된 대북정책을 펼치면서 북한 내부의 '비둘기파'가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것도 대북 인적정보망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직 정보기관장은 "현재 휴민트(인적정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 내부 정보는 휴민트로 부터 나와야 한다"면서 "현재는 남북 교류협력이 중단돼 휴민트도 상당부분 제한돼 있다. 관심을 갖고 김정일의 건강을 관련국과 상호 체크 했어야 한다. 정보력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인적정보망이 허술한 것과 달리 신호·영상정보를 통한 대북 정보수집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의 백두금강 정찰기와 미국의 U-2 고공정찰기, RC-135S(코브라 볼), E3 공중조기경보기, KH-11 첩보위성 등을 통해 신호·영상정보가 수집된다.
군의 전술정찰용 항공기인 RC-800은 최고 1만3천m까지 상승해 신호정보는 백두산까지, 영상정보는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백두금강 정찰기로 불린다. 국정원도 무인정찰기(UAV)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장거리 로켓 발사, 핵심 군사시설,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열차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 수단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SI'(특별취급 정보)로 분류되어 보안이 유지된다.
정부가 국방예산을 늘리면서 첨단 대북 감시자산도 확충되고 있어 신호ㆍ영상정보 수준은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인적정보망은 사람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조기에 최고 수준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군과 국정원이 '반쪽정보'에 의존해 북한을 들여다봐야 하는 대북 정보력의 한계가 이번에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국정원·국방부, '반쪽정보'로 대북감시 한계
인적정보망 구멍…신호·영상정보에 의존<br>"북한 최고지도자 신변 파악 못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