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이 16일 통합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새 당명은 '민주통합당', 약칭은 종전대로 '민주당'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통합 선언과 함께 새 정당의 강령도 발표했습니다. 강령 전문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항일독립운동의 애국애족정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 4.19혁명·부마민주항쟁·광주민주화운동·6월 민주항쟁의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자유·평등 인권·민주의 정신,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실현한 노동 존중과 연대의 가치, 국민의정부·참여정부가 이룩한 정치·사회·경제 개혁 및 남북 화해협력의 성과,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한다.
2008년 제정(2010년 개정)된 전문과 비교하면, '부마민주항쟁' '87년 노동자대투쟁' '2008년 이후 촛불민심' 대목이 추가됐습니다.
◆ '부마민주항쟁' 포함…PK 끌어안기?
먼저, 그전에 없던 '부마민주항쟁'이 이번에 포함된 이유는 뭘까요? 부마민주항쟁은 알다시피 '1979년 부산과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박정희 유신독재 반대 시위'를 말합니다.
첫 번째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호남 중심 정당'이라는 기존 민주당의 '지역색'을 빼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뿐 아니라, 부산과 마산에서 발생한 민주항쟁의 정신도 계승하겠다고 명문화함으로써, 부산·마산을 포함한 경상도 지역 시민들에게 심적으로나마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아울러, 새로 부상하는 야권의 유력 주자들이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도 맥이 닿아 보입니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변호사 시절부터 줄곧 부산에서 터 잡아 왔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그의 저서 '운명'에서 "부마항쟁부터 시작해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부산은 늘 민주항쟁의 중심에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또, 아직 야권 정당에 몸 담지는 않았지만 또다른 야권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안철수 교수도 부산 출신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남 창녕, 박 시장의 멘토로 활약했던 서울대 조국 교수 역시 부산 출신입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들까지도 '부산·경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여권의 텃밭으로 인식됐지만 동남권 신공항 무산,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면서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야권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 지역에서 10석 이상을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 '노동'이란 단어, 전문에 등장
다음으로 눈여겨 볼 대목이 '노동'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동'이란 단어는 새 민주당의 전문에 4번 등장합니다. 앞서 언급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실현한 노동 존중과 연대의 가치'라는 표현 외에도 '사람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며', '노동·교육·혁신에 바탕을 둔 발전체제'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임을 표방했던 이전 민주당 강령 전문에는 '노동'이란 단어가 한 번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왠지 '노동'이란 단어를 애써 안 쓰려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노동'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이념적 색깔을 덧칠하던 과거 사회적 분위기와 맞닿아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노동'이란 단어가 강령 전문에 등장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노총이 통합의 한 주축으로 참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강령 첫번째 정책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기존 강령의 첫번째 정책은 '민주주의의 수호와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구현'이었던 반면 새로 바뀐 강령의 첫번째 정책은 '경제활동의 성과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 민주화 실현'입니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혁'도 명문화했습니다. 과거 강령이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정부의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엔 '노동자의 권익'과 '재벌 개혁'을 바탕으로 한 '경제 민주화 실현'을 전면에 내세운 셈입니다.
새 강령이 '좌클릭'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으로 보여집니다.
◆ "한미 FTA·종편 선정 재검토"
이 외에, 새 민주당 강령에는 최근 사회 이슈들을 대거 감안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전문 첫 문장에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 의식'이란 표현을 넣은 게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새 민주당은 강령 정책 22번째 조항에서 '한미 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을 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며 한미 FTA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특권과 특혜를 통해 일방적으로 설립된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문구도 적시했습니다. 아울러, '영해와 공해상의 주권을 확고히 한다'는 정책은 최근 발생한 중국 어선의 우리 해경 살해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새 강령에 대해 민주당은 "지역과 계층을 아우르고 시민과 더욱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총평했습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새 민주당의 구성원은 중도 보수에서부터 급진적 진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 폭력사태에서 보았듯이, 급진적인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일 정당으로만 보면, 한나라당이나 진보정당에 비해 가장 구성원이 복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성원들을 모두 끌어안고 과연 새로운 강령대로 나갈 수 있을지, 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합쳐져 출범한 통합진보당과는 어떤 식으로 차별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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