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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악한 '비밀'

[취재파일]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악한 '비밀'
'빅토리아 시크릿'. 여성 분들은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고, 남자 분들은 좀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미국의 유명 여성용 속옷 회사 이름인데 란제리에서 시작해 수영복에 신발, 잠옷, 향수까지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미국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비밀스러운 핑크빛으로 상징되는 '빅토리아 시크릿'은 감각적인 디자인의 제품 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쇼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매장을 내세워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1995년부터 시작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였습니다. 황금시간대에 TV로 방송까지 하는 이 속옷 패션쇼는 외설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어찌됐건 남성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주는 꿈의 무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엔젤’이라고 이름 붙인 ‘빅토리아 시크릿’ 전속 모델들은 이 무대를 발판으로 곧 세계적인 슈퍼모델로 성장했습니다.

모델 랭킨 1위인 지젤 번천을 비롯해 흑진주 나오미 캠벨, 타이라 뱅크스, 하이디 클룸, 아드리아나 리마, 할리우드 배우 올랜도 블룸의 아내인 미란다 커까지 명실 공히 현존 세계 최고의 모델들이 대부분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 출신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올해도 지난 달 9일 뉴욕에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성황리에 열렸고 공중파인 CBS 방송이 두 주 후 역시 남성 시청자들의 열광 속에 녹화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여성들, 아니 남성들의 마음까지 송두리째 사로 잡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추악한 '비밀'이 감춰져 있었습니다.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제품 일부가 아프리카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생산됐다는 겁니다. 서부 아프리카에 자리한 부르키나파소는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빈국인데 부르키나파소의 면화 농장들이 생산한 면을 '빅토리아 시크릿'이 싼 값에 구입해 제품들을 생산해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부르키나파소의 농장들은 헐 값에 미성년 아동들을 고용해 하루 12시간 넘게 착취에 가까운 강제 노역을 시켰습니다. 이런 사실은 당시 농장에서 일했던 13살 짜리 소녀의 증언을 통해 폭로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2009년 '빅토리아 시크릿'이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내놓은 제품 2천 5백만 개에도 아프리카 아동들을 동원해 생산한 면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습니다. 당황한 ‘빅토리아 시크릿’은 즉시 성명을 내고 "부르키나파소에서 들여 온 면의 양은 매우 적지만 자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회사 윤리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의 기업 이미지에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빅토리아 시크릿' 사건 말고도 아프리카 아동들에 대한 노동 착취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2월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이른바 '공정(Fair) 초콜릿'이 이슈가 되곤 합니다. 전 세계 카카오의 약 70%가 생산되는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의 아동노동 착취를 근절하고, 공정하며 친환경적인 초콜릿을 생산 소비하자는 운동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블러디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 역시 다이아몬드 채굴장에서 학대 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습니다.

      

 
추악한 비밀을 감춘 채 돈 벌이에만 급급하는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불량 기업이 기댈 수 있는 시장은 더 이상은 없다는 것을 이젠 우리 현명한 소비자들이 똑똑히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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