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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죽봉에 쇠칼까지…중국 어선 갈수록 흉포

[취재파일] 죽봉에 쇠칼까지…중국 어선 갈수록 흉포

◆ 2005년 5월24일 서해 연평도 북동쪽 해역: 불법 조업 단속에 나선 해경 대원을 중국 선원들이 쇠파이프로 때려 쓰러뜨린 뒤 바다에 던져버림. 구조됐지만 중상.

◆ 2008년 9월25일 전남 신안 가거도 서쪽 해역: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 중국 선원이 휘두른 해머에 맞아 바다에 추락. 구조 뒤 사망.

◆ 2010년 12월18일 전북 군산 어청도 북서쪽 해역: 도주하던 중국 어선이 해경 경비함에 충돌. 해경 4명 부상.

◆ 2011년 3월3일 충남 태안 격렬비열도 남서쪽 해역: 중국 어선 나포 작전 중 해머에 맞아 해경 1명 중상.

최근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 과정에서 해경이 입은 인명피해 사례입니다. 고 박경조 경위가 숨진 지 3년만에 이청호 경사가 중국 어선 단속 중 순직했습니다. 해경이 제공한 단속 현장 동영상 속의 중국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합니다. 붙잡힐 경우 그들에게는 큰 돈인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사이의 돈을 내야 합니다. 중국에 돌아가서도 처벌을 받습니다.

반면 한국 해경과 격하게 싸우더라도 붙잡히지만 않으면 돌아가서 중국 정부로부터 처벌 받을 일은 없습니다. 삽이든 죽봉이든 철퇴든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들고 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에 맞서는 해경 대원들은 고속단정에서 중국 뱃전으로 몸을 날립니다. 파도에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배에서 배로 뛰어넘는 일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더구나 상대방이 무기를 들고 뱃전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추락을 감수한 채 몽둥이 세례가 기다리는 중국배로 뛰어 오르는 해경대원의 행동은 사명감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듭니다.

   



'선원에 대한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하나마나한 답변은 책임 방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공업화와 어획자원 남획으로 중국의 내해는 이미 황폐화돼 버렸고 따라서 한국 어장으로 몰려가는 20만 척의 중국 어선들을 정부가 나서서 막기는 힘들다는 게 진짜 속내가 아닌가 합니다.

'집중 계도와 단속을 공식 요청했다'는 한국 정부의 대응은 말 그 자체는 맞는 말입니다. 한국 해경의 단속만으론 수많은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막는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단속 없이는 해결되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 정부가 '집중계도와 단속'에 나서지 않는 속사정을 지금껏 우리 외교부가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중국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요구사항으로 내놨다는 점에서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립니다. 중국 선원의 폭력 행위로 자국의 해경 대원이 두 번째로 사망했는데 한국의 외교부가 내놓을 반응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와 '집중계도를 요청한다' 말과 말 사이에서 중국 선원과 한국 해경은 몸과 몸으로 부딪히고 있습니다. 오늘밤에도 내일 새벽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밤바다에서 아슬아슬하게 목숨과 목숨이 오갈 겁니다.

외교는 물론 '말'로 하는 겁니다. 그러나 해경 두 명의 목숨이 갖는 무게감이 외교부의 말에서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게가 없는 말은 공허하고 한가롭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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