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전열관은 방사성 냉각수가 흘러가는 지름 1.07mm의 얇은 관입니다. 울진 원전 4호기 안에는 증기발생기라는 장치가 2개 들어가 있는데, 한 개에 8천여 개씩, 사람의 모세혈관처럼 빽빽하게 설치돼 있습니다. 전열관 속으로는 핵반응의 열을 받아 뜨거워진 고압의 냉각수가 흐르고, 전열관 밖에는 상대적으로 저압의 냉각수가 흐릅니다. 산 정상의 물이 낮은 온도에서도 끓듯, 전열관 밖 저압의 냉각수는 끓습니다. 여기서 증기가 발생하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듭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 사안에 대한 첫 고민은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마모와 균열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느냐, 같은 걸로 보느냐, 다른 걸로 보느냐, 그것입니다. 2주 전쯤 한수원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울진 원전 4호기는 지난 9월부터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그때 전열관 12,000여 개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놀랐습니다. 마모는 단 1개. 균열이 3,844개였습니다. 더 놀란 것은, 한수원이 전열관의 마모와 균열을 전혀 다른 현상으로 분류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그렇게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겉으로는 별 것 아닌 흠집이라고 이른바 ‘마사지’한 것입니다.
위험성은? 당연히 위험합니다. 전열관 균열이 3,844개이면 당연히 위험한 것입니다. 다만 그 위험도가 대단히 높은 것인지, 아니면 관리 가능한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당장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전열관 자체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관 안팎으로 100기압 이상의 방사성 냉각수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열관 균열이 확산되는 속도는 장기적으로 무척 위험합니다. 정말 비정상적입니다. 작은 위험을 차곡차곡 쌓는 격입니다. 당연히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사안입니다.
전열관 균열이 3,844개. 관에 균열이 생기면 대책은 2가지입니다. 관을 아예 막아버리거나(관 막음), 관 속에 좀 더 얇은 관을 집어넣어 재생하는 슬리빙 작업이 있습니다. 관을 막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울진 원전 4호기는 설계 당시 이 관막음률을 8%로 정해놓았습니다. 전체 전열관 12,000여개 가운데 8% 이상 막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8%를 넘으면 우선 발전 능력이 떨어지고, 또 다른 관에 가해지는 냉각수 압력이 높아지면서, 사람으로 치면 뇌졸중처럼, 혈관이 터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울진 원전 4호기는 이 관막음률을 최근 1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안전성 검증을 거쳤다고 합니다. 균열이 생긴 3,844개 관은 계속 보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지난 10월 15일 재가동하기로 했지만, 균열이 예측치의 4배에 달해서, 내년 4월에나 재가동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관은 지금도 날마다 막고 있습니다. 내년 4월까지 922개를 막을 계획입니다. 한수원이 막겠다고 한 전열관을 다 막으면, 내년 4월 관막음률은 9.92%가 됩니다. 한계가 10%니까, 완전 벼랑 끝까지 막는 셈입니다. 다른 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세지면 균열 속도는 더 높아질 것, 한수원은 그래서, 관막음률을 16%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도에서는 전열관 균열을 놓고 위험성은 따지지 않았습니다. 한수원은 알아듣기 어려운 자료들을 동원해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할 것이며, 저는 그들만큼 원전의 안전에 대해 전문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수원이 숨겨온 원전의 균열 실태를 시청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이를 전문가에게 자문했을 뿐입니다. 이번 보도가 나가는 과정에서도, 사내에서 균열의 위험성을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갔고, 위험성에 대해선 단정 짓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진실은 늘 게으름을 피워서 그렇지, 늘 알려지게 마련입니다. 원자력발전, 좀 알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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