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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봉동이장님의 만화책

'만화소년' 최강희

[취재파일] 봉동이장님의 만화책
'봉동이장', '재활공장장', '강희대제', '닥공축구'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 전북 최강희 감독의 별명들입니다. 아마 스포츠 감독치고 이처럼 다양한 별명을 가진 인물도 드물 것입니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과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최강희 감독의 별명에 한 가지 추가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만화소년' 입니다.

며칠 전 최강희 감독 기획취재를 위해 자택을 방문했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책장에서 만화책 3권을 꺼내주시던군요. 최 감독이 중학교 1학년때 직접 그린 만화였습니다. 40년이 다 돼 누렇게 빛이 바랜 종이에 만화가 뺨치는 그림 실력과 풍부한 상상력이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에게 이런 재능도 있었나 하는 생각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만화책 3권은 모두 스포츠가 주제였는데, 이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축구 만화였습니다. 제목 '그라운드', 부제 '한국 축구 발전의 지름길을 찾아라'라는 책은 한국 청소년 축구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기를 다뤘습니다. 등장인물에는 감독, 코치, 선수뿐만 아니라 TV 중계 아나운서, 스포츠신문 기자와 여기자까지 다양했습니다. 50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에 당시 막 싹트기 시작한 소년 최강희의 축구에 대한 꿈과 열정이 담겨 있었고, 스토리도 탄탄했습니다. 유난히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른바 '닥치고 공격' 축구로 유명한 최 감독이 당시에는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며 수비를 강조했던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강희 감독 본인도 10여 년 만에 다시 이 만화책을 꺼내 봤다면서 감개무량해 했는데요, 어린 시절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고 합니다. 만화방에서 살다시피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고, 미술 실력이 뛰어나 직접 만화책까지 제작했다고 합니다. 축구를 안 했으면 만화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여러 축구 감독을 취재해봤지만, 최강희 감독만큼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분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만화책을 그릴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이 그 밑바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 시즌 화끈한 공격 축구로 침체된 K리그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킨 최강희 감독이 이른바 '만화축구'로 내년에도 팬들을 위한 즐거운 축구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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