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통합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EU 정상들은 8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30분 넘어서까지 밤샘 마라톤회담을 한 끝에 재정통합을 위한 새로운 협약을 체결키로 했다.
새 협약은 회원국 재정 운용을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규제하고 위반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EU 집행위가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간여하게 돼 회원국들이 재정주권의 상당 부분을 EU라는 공동체에 넘기게 된다.
이는 EU 27개국이 단일시장과 경제공동체, 정치적으로 긴밀한 유대를 이루고 이 가운데 유로존 17개국이 통화동맹을 맺은 데 이어 재정동맹으로까지 나아가는 중요한 토대다.
그리스발 채무·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로존 뿐만 아니라 EU 전체가 흔들리자 위기의 중요 원인 중 하나인 방만한 재정운용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새 협약 체결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공동체가 당장이라도 깨질듯한 위기를 겪으며 그때마다 통합을 진전시켜온 EU의 역사가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재정 협약 체제는 어느 때보다도 더 큰 파열음을 내며 EU의 균열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27개국 가운데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새 협약 참여를 거부했다.
유로존 17개국이 중심이 되고 자국 통화를 쓰는 10개국 중 6개국이 가세하는 체제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EU 27개국 안에 통화동맹인 유로존 17개국 외에 현재로선 23개국이 될 느슨한 재정연합체 등 '통합의 속도'가 서로 다른 집단으로 나뉘게 됐다.
이에 대해 영국 언론은 '전체 합의 실패와 분열' 쪽에, 프랑스와 독일 등 대륙 언론은 '통합심화와 비교적 성공'이라는 쪽에 더 무게를 실어 첫날 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있다.
신 재정 협약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
당해년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누적채무 비율은 6%로 제한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이른바 '황금률' 준수 의무는 강화된다.
하지만 황금률을 각국 헌법이나 법규에 반영하고 위반국에 대한 구체적 제재 방안, 조약을 건드리지 않고 부속 의정서 개정만으로 할 것이지 등 세부 내용의 확정은 9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에 관한 큰 틀을 확정한 뒤에 장관급 등 실무차원의 후속 협상을 통해 내년 3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이다.
신 재정 협약은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으나 당장의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위기진화 자금 투여 규모와 조달 방식 등이 어떻게 최종 타결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와 관련해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해 2003년 출범 예정인 유로안정화기구(ESM)를 내년 7월로 1년 앞당겨 출범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EFSF의 기금잔액 2천600억 유로와 ESM 기금 5천억 유로만으로는 위기 진화 자금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 "몇몇 EU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2천억 유로(약 305조원)를 추가로 제공하고 IMF가 위험국을 지원하는 식의" 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과 EFSF, ESM 간의 관계, 구제금융 재원, 금융권 지원대책 등 실질적인 사항들은 9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다.
이날 회담에서 최종 타결을 이룰 지, 시장을 만족시킬만한 내용일 것인 지가 주목된다.
(브뤼셀=연합뉴스)
유럽, 새 협약 합의로 통합 심화 엔진에 시동
영국 등 일부 재정통합서 이탈해 분열 드러내<BR>협약내용, ESM·ECB 역할 등 세부사항 9일 논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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