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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상을 바꾸는 힘, 기부

[취재파일] 세상을 바꾸는 힘, 기부
의도했던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요 며칠 기부 전담 기자가 됐습니다. 이틀 연속, 훈훈한 휴먼스토리 전해드렸더니, 제 마음이 다 따뜻해지네요. 취재를 하면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큰 틀에서는 전해드렸는데, 못다한 얘기들이 남아 이 자리에서 좀 더 풀어보려고 합니다.

첫날은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나온 1억 원 수표와 이 수표를 기부한 익명의 노신사 스토리를 전해드렸지요.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말 오후 불쑥 나타나 1억 천만 원짜리 수표와 편지를 담은 봉투를 자선냄비에 넣고 사라진 60대 노신사 이야기. 보신 분들도 그랬겠지만 취재를 하는 저도 참 놀랐습니다.

평범한 저같은 사람은 좋은 일을 한번 했다하면 어떻게든 티를 내려고 애쓰는데, 엄청난 거액을 기부하고도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는 그 분, 보통 분이 아니시죠. 참 대단한 그 분이 누구일까 저도 궁금했고 구세군 직원들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수표번호를 조회하고 근처에 달려있는 CCTV 찾아보면 그 분이 누구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저도 그랬고 구세군 직원들도 그랬고 굳이 찾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의 선행은 과시하고 티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거니까요.

                     


물론 기부를 돈으로만 하라는 법은 없겠죠. 구세군 자선냄비의 역사가 83년이 됐는데, 매년 돈부터 각종 편지와 물건까지 다양한 기부품이 들어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구세군 24시'라는 주제로 구세군 관계자들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르포기사를 썼는데, 그때 아주 특별한 기부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기 돌반지 였는데요, 몸이 아팠는지 돌이 갓 지나고 세상을 떠난 아기의 엄마가 아기 돌반지를 자선냄비에 넣었습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기 천사를 생각하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았던 반지를 좋은 데 써달라며 기부했습니다. 그때 그 반지를 보면서 눈물을 글썽였던 게 생각납니다. 구세군 직원들도 그 절절한 사연에 참 많이 울었다고 하네요.

기부천사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들 한결 같이 이런 얘기를 하시죠. 기부는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없어도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거라고. 참 간단하고 명확한 설명인데, 이게 또 막상 실천하려면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한두 번도 아니고 기부를 몇 년씩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보면, 둘쨋날 만난 전영옥님은 기부의 모범답안입니다. 기부란 어떻게 하는 것이다, 그 정답을 보여주시는데요, 이 분은 27년 동안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급식비를 기부했습니다. 매달 적게는 3만 원, 많을 때는 20만 원씩 차상위 계층 초등학생들의 급식비를 도왔습니다. 20만 원이라고 하니 부담스러운 분들 많으시죠? 그럼 3만 원은 어떠신가요? 기성 세대 중에서 한 달에 여윳돈 3만 원 정도 내줄 수 있는 분들은 제법 되실 겁니다. 그보다 더 큰 액수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베풀 수 있는 여윳돈이 배고픈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줄 수 있다면, 세상에 그처럼 위대한 일도 드물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기부액이 얼마나 되는가 봤더니, 2009년에 18만2천 원이라고 합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늘었으니, 우리 사회에도 기부 바이러스가 많이 확산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라는 국가의 국민인데, 우리 조금 더 나누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9월 교통사고로 숨진 기부천사 김우수 씨 기억하시죠? 월급 70만 원을 쪼개서 2006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왔던 중국집 배달원이었죠. 이분의 따뜻한 마음과 안타까움 죽음이 참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우리는 왜 그토록 그 분의 죽음을 슬퍼했을까요? 가진 것 없었던 그 분의 삶을 왜 우리는 존경하는 걸까요? 그 답은 이미 우리 가슴이 알고 있을 겁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돈도 있고 권력과 명예도 있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세상을 움직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사회를 따뜻한 곳으로, 온기가 가득하도록 움직이는 힘은 기부에서 시작됩니다. 다음에 해야지 미루면 기회를 놓치고, 그때는 또 다음 핑계를 대면서 미루게 될 겁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기부의 힘을 믿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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