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불나면 속수무책…소방차 막는 중앙 분리봉

<8뉴스>

<앵커>

지난 여름 남산 1호 터널에서 발생한 아찔한 화재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운전자들이 차를 아무렇게나  버려두고 대피해서 소방차가 들어가는데 애를 먹었지요. 그런데 정작 운전자가 길을 비켜 줘도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적지않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7월, 남산 1호 터널 화재 신고 녹취 : 119입니다. 여기 터널인데 불났어요! 연기 가득 차고 불났어요.]

지난 7월, 남산 1호 터널을 달리던 택시에서 불길이 치솟자, 놀란 운전자들은 차를 버려두고 대피했습니다.

소방차가 중앙선을 따라 터널로 들어가려 했지만 버려진 차들 때문에 결국 진입을 포기하고, 소방대원들이 뛰어서 들어가야 해야 했습니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소방대원들의 출동 훈련 현장을 함께 따라갔습니다.

소방차가 터널에 진입해 싸이렌을 울리자 차들이 서서히 양쪽 길가로 피하며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소방차는 중앙선을 따라 터널 안을 별다른 막힘 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내의 일부 터널에선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남산 3호터널의 경우 가운데 촘촘히 중앙분리봉을 박아 놓았기 때문에 소방차가 출동하더라도 피해 주려는 일반 차량도, 피해 가려는 소방차도 좀처럼 진입할 공간이 생기지 않습니다.

일반 차량들이 1차로로 모두 대피해 한쪽 차로를 소방차에 내주는 방식도 역시 중앙분리봉이 있어 여의치 않습니다.

[권원현/소방관 : 차선을 양보해 주고싶어도 저런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으면 일반 운전자들은 저거를 장애물로 생각해서 그렇게 자기 차량을 갖고 중앙분리대를 치지는 않죠.]

서울시는 보수공사중인 남산 3호 터널이나 사직터널의 경우 작업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중앙분리봉을 설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방차 출동시 임시로 떼어낼 수 있는 이동식 중앙분리대 등 다양한 대안이 있었지만, 소방대와 협의 없이 일을 하다 보니 화재 상황에 대비한 조치가 미쳐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김강준/소방관 : 나와보면 설치가 되어있는 경우가 제일 많죠. 이렇게 설치할꺼면 저희한테 미리 통보가 되면 저희랑 협의가 되면 그거에 맞춰서 출동 계획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소방차에게 중앙분리대는 일반 도로에서도 골칫거립니다.

명동 한복판에 불이 났다는 가상 신고를 접수한 소방대가 긴급출동을 합니다.

아무리 싸이렌을 울려도 차들은 양보를 안하고, 교통 정리를 하는 경찰도 멀뚱멀뚱 쳐다만 봅니다.

결국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중앙분리대가 끝날 때까지 정체를 뚫고 500여 미터를 더 달려야만 했고, 유턴을 할 때마저도 양보를 안 해 주는 택시 때문에 1분 이상 지체됐습니다.

[안타까울 정도로 지연되는 것은 10분 넘어서 20분정도 되면 진짜 안타깝죠. 이루말할 수가 없죠.]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중앙 분리대와 분리봉이 소방차의 진로를 고려하지 않고 설치돼 화재가 발생하면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이용한, 영상편집 : 최혜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