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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상수(上壽) 사랑방'을 아세요?

[취재파일] '상수(上壽) 사랑방'을 아세요?
충북 보은군 산외면에 사는 84세 김모 할아버지는 요즘 하루 하루가 즐겁습니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밥을 먹고 세상 이야기와 오락 등을 하다보면 하루 해가 짧게만 느껴집니다. 그런 재미를 위해 할아버지는 오전 9시반쯤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10여km나 떨어진 보은 읍내로 기꺼이 나갑니다.

김 할아버지가 찾는 곳은 최근 문을연 상수(上壽)사랑방. 8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경로당입니다. 경로당 공식 이름은 "산수(傘壽) 어르신 쉼터 상수(上壽) 사랑방"입니다. 한자어로 산수(傘壽)는 팔순(八旬)과 함께 80세를 뜻하고,상수(上壽)는 병없이 하늘이 내려준 나이, 즉 100세를 가리킵니다. 무병 장수를 꿈꾸는 의미를 이름에 담은 것이죠.

부인, 며느리 등과 함께 사는 김 할아버지는 동네에 비슷한 나이의 친구가 없어서 그동안 여간 심심한 게 아니었습니다. 동네 경로당에는 할머니들만 가득하고 남자 노인들이라야 많게는 20살 가까이 차이나는 아들뻘이다 보니 함께 어울려 놀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다보니 팔순 어른들의 쉼터인 고령자 전용 경로당 개소는 김할아버지와 비슷한 사연을 지닌 할아버지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33명의 할아버지들이 회원으로 등록, 매일매일 재미나게 보내고 있습니다. 평균 나이는 85~6세, 90세가 넘는 할아버지도 한 분 있고 가장 어린분은 81세입니다.



경로당 규모는 62제곱미터, 방2개, 주방, 화장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얼핏보아 일반 경로당과 다를 게 없지만 고령의 어른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보니 거동에 불편이 없도록 가능한 문턱을 낮췄고 외풍을 막기 위해 이중삼중으로 단열재를 채워넣었다고 합니다. 또 화재 위험성에 대비해 가스레인지 대신 콘도 등 휴양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기레인지를 설치했더군요. 부지 매입부터 건축까지 도맡아 한 보은군청의 세심함이 눈에 보였습니다.

회원으로 있는 33명의 팔순 노인들은 보은군 관내 6개 면 32개 마을에서 모였다고 합니다. 마을별로 경로당이 있지만 60대부터 90대까지 섞여있다보니 담배 피우는 일부터 방에 누워 쉬는 일까지 서로 불편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 농촌 마을이야 대개 20-30가구 정도 모여 사는데 일가 친척도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어린 노인들은 아버지뻘 되는 어른 앞에서 자리에 눕는 것은 물론 발을 뻗고 편하게 있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팔순 어른들은 자기들 때문에 불편해하는 후배 노인들 보기가 민망하고 가시방석처럼 불편해 서서히 경로당 발길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불편함에서 해방된 할아버지들은 한결같이 얼굴이 밝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사랑방에는 냉온수기가 설치돼 있어 커피나 차를 타 마실 수 있고 TV와 신문을 보며 세상과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장기와 윷놀이는 할아버지들의 심심함을 달래주는 요긴한 놀이입니다. 새참 때가 되면 간혹 주위에사는 아주머니들이 과일등을 챙겨와 깎아드립니다. 점심은 돌아가면서 품앗이 하듯 근처 식당에 주문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보은군은 팔순 어르신 쉼터를 개소하는 데 1억6천만 원을 썼고, 매달 난방비17만 원, 운영비 7만 원씩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보은군 인구 3만4천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27.7%인 9천6백여 명이고 이 가운데 팔순을 넘긴 고령자는 21.6%인 2천70여 명에 이릅니다. 보은군은 고령자 전용 경로당의 반응이 워낙 좋아 추가 설치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팔순 노인들의 수를 감안해 3-4개 면에 한곳 정도로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요즘 정가와 우리 사회전반의 최대 이슈는 단연 복지입니다. 무상 급식, 무상 보육, 무상 의료같이 논란을 빚고 있는 거창한 복지 말고 팔순 전용 경로당 같은 복지 아이템은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생활밀착형 공감복지임에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상수(上壽) 사랑방 같은 생활복지가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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