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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비 타이어 도둑 조심하세요

[취재파일] 예비 타이어 도둑 조심하세요

길 가에 주차된 화물차나 버스에서 예비 타이어만 몰래 훔쳐다 판 피의자가 구속됐습니다. 알고 보면 단순한데 그 분야를 모르면 '그런 게 있었나'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예비 타이어 절도 사건도 그런 범주에 드는 사건입니다.

화물차를 사면 예비 타이어 탈부착에 사용하는 긴 쇠 공구가 기본적으로 제공됩니다. 쇠 공구는 모든 화물차에서 동일한 규격입니다. 2.5톤 화물차나 미니 버스는 타이어 규격도 같아 쇠 공구만 있다면 예비 타이어 탈부착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예비 타이어는 운전자 편의를 위해 쉽게 탈부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잠금 장치도 없습니다. 그저 차량 운행 중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꽉 조여지게만 장치돼 있습니다.

예비 타이어만 훔치다 구속된 40살 윤모 씨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윤 씨 본인이 5년 넘게 배달용 화물차를 운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윤 씨는 오래되지 않은 새 것에 가까운 예비 타이어만 노렸습니다. 새 것인지는 어떻게 아냐고요? 윤 씨는 새 타이어를 찾을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같은 화물차나 버스라도 차량 연식이 다르면 도장 무늬 등에서 차이가 난 다는 점에 착안해 가장 최신의 도장 무늬차량만 노린 것입니다.

이렇게 훔친 타이어는 경찰이 증거를 찾아 확인한 것만 115개였습니다.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4백 개에서 5백 개 정도 훔쳤다고 진술했습니다. 윤 씨는 훔친 타이어를 다른 동료 배달 차량 운전사에게 시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아 4천여만 원을 챙겼습니다. 타이어를 팔 때는 폐차장에서 나온 타이어라고 하면서 팔았다는데 거의 새 것인데다 값도 싸 꽤 잘 팔렸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이렇게 판 돈은 빚 갚고 생활비로 쓰고 그랬다고 합니다.

수년 동안 지속된 윤 씨의 범죄 행각은 버스에 달린 블랙박스에 찍히면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윤 씨는 지난달 동일한 학원의 버스 2대에서 연달아 예비 타이어를 훔쳤는데 버스 측면에 달린 블랙박스에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것입니다. 윤 씨는 차량 밑에 달린 예비 타이어만 신경쓰고 차량 위에 달린 블랙박스는 주의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윤 씨가 잡히긴 했지만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예비 타이어 절도는 흔한 일입니다. 대형 차일수록 타이어 한 개 당 가격이 수십만 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인데다 상대적으로 도난 대비가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운전자들은 도난 불안에 아예 쇠사슬과 자물쇠로 예비 타이어를 묶어놓고 다니기도 합니다.

이번 예비 타이어 절도 사건은 전형적인 절도 범죄의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화물차를 운전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취약점을 알아 범행이 용이했다는 점, 즉 자신은 잘 알고 다른 사람은 잘 모른다는 폐쇄성을 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처음에는 한 두 번 돈이 필요해서 타이어를 훔쳤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대범해지고 절도 횟수도 늘었습니다. 절도가 습관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빚은 쌓이고 돈 구할 데는 없다보니 손쉽게 범죄의 늪에 빠지는 유혹성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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