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에이즈에 감염됐습니다. 당시 20대 초반의 나이로 거리에서 방탕하게 살아가던 놀린은 마약 중독자들끼리 돌려쓰던 주사기, 또는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가진 남성들과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합니다.
'에이즈'하면 흔히들 '죽음의 병'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놀린은 25년째 에이즈와 싸우면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에이즈는 더 이상 '죽음의 병'이 아닌 '만성질환' 정도로 볼 수 있지않을까 싶을 정돕니다.
지난 11월 22일 밤, 미국 보스턴에서 추수감사절을 겸해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만찬 행사가 열렸습니다. 아래 사진은 행사 당시 모습인데요, 이 자리에 7백 명의 에이즈 환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에이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1년 동안 살 수 있는 생명의 기회가 또 주어졌다"는 것을 감사하기위해 마련된 행사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놀린 역시 20년째 이 만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 가운데 흰 옷을 입은 채 우아하게 음식을 자르고 있는 여성이 놀린입니다.
놀린은 식사를 다 마친 뒤에 그 자리에서 바로 에이즈 치료약을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아래 두 사진은 놀린이 에이즈 치료약을 꺼내서 먹는 모습입니다.
놀린은 최근 '아트리플라(Atripla)'라는 알약을 먹고 있다고 합니다. 아트리플라는 세 가지 에이즈 치료약을 혼합한 알약인데, 매일 저녁 8시에 하루 한 알씩만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에이즈 환자가 하루에 한 알씩만 약을 먹으면 된다! 저도 외신을 보면서 알았습니다만, 에이즈 치료의학이 참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놀린도 하루에 한 알만 먹는다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치료약 값은 얼마나 될까요? 놀린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돼, 한 달에 2천 4백 달러, 우리 돈 27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여기에 석 달에 한 번 담당 의사를 찾아가서 혈액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고 합니다. 놀린은 에이즈 치료약의 발달로 자신의 주변에 에이즈에 걸리고서도 20년 이상 살고 있는 감염자들이 더 있다고 말합니다.
놀린의 사례를 말하다보니, 바로 이 남자가 떠오릅니다. 과거 미 프로농구의 슈퍼스타 '매직 존슨'입니다.
20년 전이었죠, 매직 존슨은 32살이던 1991년 11월 7일, 당시 선수로서 최정상의 위치에서 갑작스레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공식 은퇴를 선언해 전 세계 농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존슨은 건강하게 생존해있고, 지난 8일에는 은퇴 20주년 행사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존슨은 "꾸준한 운동과 균형잡힌 식사, 치료약 복용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2월 1일은 30번째 맞는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유엔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에이즈 감염자 수가 3천4백만 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2007년 이후 해마다 270만 명씩 증가하고 있는데,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6년에 220만 명이 사망한 것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80만 명이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년동안 70만 명이 치료를 통해서 목숨을 구했다고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에이즈에 걸리더라도 치료만 잘하면 일반인 못지 않게 오래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에이즈를 완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에이즈, 그거 별 것 아니군"하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 글 첫머리에 사례로 인용한 놀린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사람들이 자만에 빠져 에이즈가 여전히 유행성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My fear is that people get complacent and forget that this is still an epidemic.)"
또하나,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에이즈 치료를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놀린의 경우 치료약 값에 한 달에 27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했습니다만, 이 역시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서입니다. 상당 수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인들의 경우 엄청난 액수의 치료비가 들어갈 것입니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가난한 나라의 에이즈 감염자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감염자들도 상당 수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이즈 치료에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만, 에이즈 치료약 개발과 함께 누구나 부담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약값을 줄여야하는 것도 앞으로 남은 큰 과제들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