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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커피의 '폭풍인기' 왜일까?

[취재파일] 커피의 '폭풍인기' 왜일까?

이병희 기자 able@sbs.co.kr

작성 2011.11.30 09:45 수정 2011.11.30 11: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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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좋아하십니까? 하루에 몇 잔 정도 드시나요?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연간 450잔 정도의 커피를 마셨다고 합니다. 하루에 1~2잔 정도 마신다는 말인데, 이 정도면 이미 커피는 국민음료 반열에 올라선 것 같습니다.

거리를 나가 보면 커피전문점이 참 많습니다. 이미 커피전문점이 있는 골목인데도, 바로 근처에 커피전문점이 또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무실은 또 어떤가요? 어느 사무실을 가도 정수기 옆에는 마치 익숙한 그림처럼 커피믹스가 놓여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커피믹스보다 한 차원 높은 캡슐 커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개당 가격이 천 원 정도.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커피전문점 수준의 원두커피를 편하게 즐기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캡슐 커피는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40%에 육박하는 급성장을 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2007년 1조 5500억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3조 7천억 원으로 2배 이상 커졌습니다. 커피전문점은 물론이고 인스턴트와 캔 커피 시장에서 골고루 급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런데도 전문가들은 국내 커피시장이 아직도 포화상태는 아니라고 보고 있어서, 앞으로 국내 커피 시장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커피는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걸까요? 커피의 어떤 점이 현대인들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았을까요? 인류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천성적으로 단 것에 끌린다고 하는데, 커피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지 않습니까?

얼마 전 책을 읽다가 이런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이 되는 내용을 만났습니다.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이라는 책에 있는 글인데, 내용이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 잠들지 않는 근대의 원동력이 된 커피

"밥 먹듯 계속되는 잔업과 철야는 물론이고, 과로사하기 직전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서양의 근대화로부터 시작된 과도한 업무형태를 부추기고 지탱해준 것이 바로 '커피' 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커피가 위(胃)로 미끌어져 들어가면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념들은 위대한 군대처럼 전쟁터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싸움이 벌어진다."

"잠이 오지 않는 특성이야 말로 커피라는 물질이 가진 핵심적인 특징이자 구심력이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단순히 졸음마귀를 쫓는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깨어있다', 즉 의식이 '각성돼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것도 커피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를 넘어서서 커피에 의해 각성한 의식이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커피가 가진 '잠이 오지 않는 속성'은 세계를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커피'에 기대하는 여유와 분위기, 소통... 이런 낭만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좀 있죠? 저 역시 커피가 단순히 맛있고, 향기가 좋기 때문에 현재의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뭔가 플러스 알파가 없다면 다른 음료에 비해 이렇게 차별화된 지위를 갖지 못했겠죠.

쥐어짜고, 몰아쳐서 성과를 강요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각성해서 성과를 이루도록 해주는' 커피가 절실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커피를 소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도 몸과 손이 굳고 머리가 둔해지면 '검은 석유', 즉 진한 커피를 마시고 자신을 내몰았다고 하는군요. 저도 급하게 기사를 써야할 때, 커피가 위로 투입되면(^^) 몰두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커피만 믿고 계속 전진하고, 몰아붙이면 탈이 날 수밖에 없겠죠. 커피 마시고 전진할 땐 전진하더라도, 여유 있게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른 대체 음료도 찾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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