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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잠못 이루는 사회…대안은 '해초'?

감태에서 천연 수면유도 물질 발견

[취재파일] 잠못 이루는 사회…대안은 '해초'?
그야말로 잠 못 이루는 사회입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4년 새 두 배나 급증해 지난해에는 연간 3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비공식적 통계로는 우리 국민의 10% 가량은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불면증이나 수면장애가 있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죠. 수면장애란 의학적으로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고 잠 든 이후에도 원인도 모르게 2번 이상 깨고, 원치 않는 시간에 일찍 깨는 횟수가 주 4회 이상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수면장애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

수면장애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다른 국가들도 불면증을 앓고 있는 인구가 30~40% 된다는 게 최근의 연구결과입니다. 특히 불면증은 우울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고령자와 여성에 많이 나타납니다. 스트레스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수면장애는 ▲잠을 계속 자는 것이 힘들거나 ▲기후 피곤함 ▲코골이 ▲힘들게 잠들고 ▲일찍 깨는 증상을 수반합니다. 수면장애의 원인으로는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정서적 불안, 코골이나 하지불안증후군과 같은 신체적 장애, 과도하게 밝은 조명 등 환경적 요인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늘면서 수면경제(Sleeponomics: 수면과 경제의 합성어)란 용어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서울수면센터의 한진규 원장은 "수면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약물 치료에 기대는 게 현실입니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수면제 등 약물에만 의존할 경우 수면제를 끊기가 힘들어지고 습관적으로 약을 찾게 된다."고 조언합니다. 기본적인 수면시간은 성인 7시간 반, 수면 주기는 밤 12시 전에 잠에 들어야 하며 3~4단계의 깊은 잠 수면이 전체 수면의 15%가 될 때를 좋은 잠이라고 의학적으로 정의합니다.

"해조류인 감태에서 천연 수면유도물질 추출 성공"

그런데 약을 먹지 않고도 천연물질로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갈조류의 일종인 감태에서 잠을 잘 들게 하는 천연물질을 발견, 추출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조승목 박사팀은  감태 해초에서 항산화 기능이 탁월한 7가지 폴리페놀 성분을 발견했습니다. 감태는 제주도 연안과 남해안 일대에 널리 분포하는 갈조류로 미역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감태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다른 갈조류에 비해 2~3배나 들어 있습니다.

감태에서 7가지 폴리페놀 성분을 추출해 동물실험을 벌인 결과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감태 추출물을 투여 받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잠을 36분이나 빨리 들었고 깊은 잠도 43분이나 더 잤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추출물이 수면제인 졸피뎀과 유사한 수준까지 잠을 잘 자게 했다는 것입니다. 또 폴리페놀의 투여량과 수면 시간은 비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감태의 폴리페놀 성분은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해외 기능성 식품업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추신경계에 있는 가바(GABA)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수면을 유도"

감태 추출물은 어떻게 잠을 잘 자게 만드는 걸까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의학적으로는 감태 추출물이 중추신경계에 있는 가바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몸과 마음이 진정되고 잠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마디로 감태의 폴리페놀이 수면제 성분과 비슷한 역할을 한 겁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감태는 인간이 오랫동안 식품으로 먹어왔던 해초로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수면제는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사망까지 합니다. 부작용도 보고돼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감태 추출물은 천연 물질로 약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한 천연물질을 찾는데 노력해왔습니다. 식품연구원의 이번 발견은 그런 점에서 전 세계의 SCI급 논문에도 게재되는 등 큰 성과를 이룬 셈입니다.

식품연구원의 조승목 박사는 "동물실험 결과는 토대로 내년에는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이후에는 천연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감태 추출물을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몇 년 안에 부작용 없는 천연 수면제를 개발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잠을 못 이루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천연 수면제를 먹는다 한들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 못 이루는 불안한 사회... 씁쓸한 세태 속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인류에 도움이 되는 신약 개발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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