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고객은 찬밥인 '휴대전화 분실보험'

[취재파일] 고객은 찬밥인 '휴대전화 분실보험'

스마트폰 가입자가 공식적으로 2천만 명을 넘었습니다. 스마트폰 기기 가격만 8~90만 원 씩 하는 고가 제품이다 보니까 휴대전화 분실/파손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만도 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휴대전화 보험이라는 게 참 이상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험 상품이라면 가입하기 전에 고객에게 약관 내용 등 상품 설명을 충실히 해서 불완전 판매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제대로 약관 설명 듣고 가입한 고객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험 가입을 권하는 사람이 보험 모집인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닌 통신사 대리점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고작 들을 수 있는 설명이라고는 "분실하거나 파손되면 다 보상 받아요" 뿐입니다. 심지어 계약서에 가입자가 서명할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으로도 가입이 됩니다.

이렇게 가입하다보니까 정작 휴대전화를 분실하거나 파손돼 보험금을 신청했을 때 가입자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약관상 이런 저런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주지 않거나 일주일 안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보험금이 한두 달을 넘기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가입자가 항의를 하기 위해 통신사 고객센터로 전화해도 거기서는 담당 보험사 전화번호조차 모른다며 보험사로 미루고, 어렵사리 보험사와 전화 연결이 돼도 이번에는 통신사에 문의하라며 책임공방만 벌이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민원이 잇따르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 5월 개선안을 내놓았는데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보험 상품을 만약 이렇게 팔았다가는 바로 보험을 판매한 직원은 문책 사유가 됩니다. 가입자에게 불완전 판매를 했기 때문입니다. 고객 민원을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 조정을 받거나 법에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휴대전화 보험은 이렇게 처리되지 않고 있는 걸까요?

이유는 휴대전화 보험이 보험료는 고객이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보험의 성격은 통신사가 보험사와 단체로 계약하는 단체 보험이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는 보험사와 단체 보험 계약을 한 뒤 고객들에게 부가서비스라는 명목으로 휴대전화 보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고객들이 피보험자가 되고 보험계약자는 통신사가 되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통신사가 고객의 보험료를 한 푼이라도 지원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서 보험사에 전달하는 역할만 합니다. KT의 경우 현대해상, 동부화재, 삼성화재가 공동으로 보험계약 물건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중개하기 위한 보험대리점 형태의 회사가 중간에서 보험계약과 보험금 지급을 처리하며 수수료를 챙겨가고 있습니다. SKT는 그동안 SK M&C라는 계열 보험대리점 회사가 이를 대행하며 수수료를 받다가 최근에는 한화손해보험과 직접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은 분명히 통신사 대리점에서 보험에 가입했고 보험금 지급 신청도 통신사에게 하는데 보험금을 줄지 말지, 얼마나 줄지를 결정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심지어 어느 회사인지도 모르는 보험사에서 결정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통신사와 보험사가 1년 단위로 보험료를 얼마로 할지를 정하는 계약을 하고 있는데 최근 손해율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휴대전화 보험료까지 상품 이름만 바꿔 일괄적으로 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통 고객들은 18개월 단위로 휴대전화 보험 계약을 하고 있는데 무사고 사용을 했거나 잦은 보상을 받았거나 보험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계약할 때 쯤 보험료와 자기 부담금이 이미 크게 올라버린 현실을 접하게 됩니다.

               


실제 KT는 지난 9월 기존의 폰 케어라는 이름의 휴대전화 상품 가입을 중단하고 '폰 케어 안심플랜'이란 이름만 다른 상품을 내놓으면서 월 보험료는 7백 원 올리고 고객들이 보험금을 받을 때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일정부분 부담하는 자기 부담금은 10만 원이나 올렸습니다(85만 원 휴대폰 기준). SKT도 지난 8월 '폰 세이프 35' 라는 이름의 휴대전화 보험 상품 가입을 중지시키며 '스마트 세이프'라는 이름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월 보험료는 천 5백 원, 자기부담금은 10만 원이나 인상했습니다.

문제는 가입자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이미 500만 가입자를 넘어선 현실이라면 보험 상품을 이렇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최근 점차 늘고 있는 휴대전화 보험사기가 판을 칠 수 밖에 없고 사기까지는 아니어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고객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자동차 보험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더 쉬우실 텐데 만약 무사고 가입자나 잦은 사고 가입자나 똑같은 수준의 보험료를 내야 하고 손해율 증가로 보험료 인상요인이 있을 때는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면 누가 애써 무사고 가입자가 되려 하겠습니까?

또한 가입 시 약관조차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놓고선 보험금 지급 시에는 약관의 세부 조항을 들어 지급을 거절하고, 이런 문제가 생길 때 제대로 조정할 수 있는 기관조차 없다면 힘없는 보험 가입자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겠습니까?

휴대전화 보험 500만 가입자 시대라면 더 이상 통신사와 보험사들이 단체보험이고 부가서비스라는 이유로 소비자 권리가 무시되는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당국 역시 통신사 부가 서비스라며 감독에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가입자가 늘면서 보험 상품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갖가지 민원과 불만, 보험사기까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보험 상품 규정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제도 정착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