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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백성동, 홍명보호의 '작은 거인'

[취재파일] 백성동, 홍명보호의 '작은 거인'
"백성동 선수, 실제 키가 얼마죠?"
"167cm입니다."

런던올림픽축구 최종예선 카타르전을 앞두고 도하에서 훈련 중이던 올림픽대표팀 공격수 백성동 선수는 기자의 '조금은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질문에 시원스럽게 답했습니다. 인터넷 포털을 비롯해 각종 사이트에 나온 프로필에는 키가 171cm로 나왔는데 실제는 좀 더 작았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했냐고요? 인터뷰 할때 저와 눈 높이가 맞았으니까요.

백성동은 이번 올림픽팀 2연전(카타르전, 사우디전)에 두 번 모두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기존 해외파 공격수들의 공백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홍명보 감독의 신임이 두터웠고, 백성동은 그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경기 내내 엄청난 활동량과 함께 수준급의 드리블과 날카로운 슈팅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2경기에서 골맛은 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경기장에서만큼은 백성동 선수의 키가 크지 않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현재 홍명보호는 '해결사 부재'가 고민입니다. 지동원(잉글랜드 선덜랜드)과 손흥민(독일 함부르크), 구자철(독일 볼프스부르크), 남태희(프랑스 발랑시엔)까지 올림픽팀에서 뛸 수 있는 연령대의 해외파 공격수들이 한창 시즌 중이라 소속팀의 거부로 차출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A대표팀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백성동의 활약이 홍명보 감독에겐 그래서 더 반갑습니다.



사실 백성동은 지난 여름 콜롬비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FIFA 월드컵 때 이미 가능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특히 '무적함대' 스페인과 16강전이 압권이었습니다.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 선수들을 맞아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 진영을 휘저었고, 아쉽게 동료의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여러 차례 결정적인 패스로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백성동 스페인전 볼터치 영상'을 인터넷에서 다시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 27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예선 3차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는 "프로 데뷔하자. 백성동"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백성동은 현재 프로팀 선수가 아닙니다. 연세대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백성동은 금호고 1학년 때인 지난 2007년 대한축구협회의 우수 선수 해외 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돼 1년간 영국 볼턴과 왓포드에서 선진 축구를 경험하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기량을 인정받아 졸업 당시 여러 프로팀의 입단 제의가 있었지만 대학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대학팀 선수라고 해서 꼭 '실력없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건 선입견입니다. 지금은 일본 프로팀에서 활약하는 김보경, 김민우도 2009년 U-20 월드컵 때는 대학팀 선수였습니다.

크지 않은 키에 빠른 스피드와 슈팅 능력... 백성동의 이런 모습은 과거 A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이천수, 최성국과 흡사하지만 많은 활동량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장면들은 박지성과 같은 '팀플레이어'로서의 잠재력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1년생인 백성동은 이제 만 20세입니다. 올림픽팀 연령대(현재 22세)의 다른 선수들보다 두 살이나 어립니다.

백성동을 보면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축구의 '쌍용' 이청용-기성용 선수입니다. 두 선수도 2007년 20세 이하 월드컵을 마친 뒤 곧바로 올림픽팀에 발탁돼 주축 선수로 활약했고, 이후 A대표팀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백성동도 이번 최종 예선과 내년 런던올림픽을 거치면서 그렇게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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