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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베이징 택시, 왜 안 잡히나 했더니...

[취재파일] 베이징 택시, 왜 안 잡히나 했더니...
오늘은 베이징 택시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요즘 매일 출퇴근 때가 되면 도심 곳곳에서 한바탕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몸값'이 오른 택시 기사들은 단거리 손님은 태우지 않고 승차를 거부하는 등 골라 태우기도 해서 갈길 바쁜 승객들이 애를 태우기도 하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베이징의 택시 승객들은 이구동성으로 택시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때는 보통 2-30분씩 기다려야 택시를 잡을 수 있고, 날씨가 궂은 날은 더 심해서 1시간 가량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합니다. 저도 출퇴근 시간에 30분 이상 기다리다가 아예 목적지 방향으로 10여분 걸어가다가 겨우 택시를 잡아탄 적이 있는데 그런 경험들이 베이징의 택시 실태를 취재하게 된 동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택시 잡기가 어렵다 보니 이런 틈을 노려 정규 택시 요금의 한 2배 가량 받는 불법 자가용 택시인 '헤이처(黑車)'가 성업 중이기도 합니다. 정규 택시가 아닌만큼 일정 거리마다 요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택시와는 달리 목적지까지 가려면 운전 기사와 가격을 흥정해야 합니다.

                       


통상 헤이처 기사들은 "지금 시간에는 차가 막힌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가격을 높게 부르기 때문에 타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이용하기도 합니다. '헤이처' 얘기로 잠깐 옆길로 벗어났는데, 다시 택시 얘기로 돌아오면 출퇴근 시간에 베이징에서 택시 잡기가 어려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구 2천만 명의 대도시 베이징에 등록된 택시는 6만 6천 대입니다. 천만이 조금 넘는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가 7만 2천 대이니 훨씬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등록택시가 이렇게 적은 것 외에 택시난을 부채질하는 게 있는데 바로 택시 기사들의 일종의 '태업'입니다. 러시아워 때 베이징 외곽의 한적한 도로를 관찰해보면 수많은 택시들이 도로변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운행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 현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 어떤 날은 많게는 택시 수천 대가 수 킬로미터씩 늘어서 있다고도 합니다.

고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에, 택시 기사 입장에서 보면 한참 돈을 벌어야 할 시간에 운전대를 놓고 '집단 태업'을 벌이는 건데 나름의 사정이 있었습니다.

베이징의 교통 체증 현상은 최근 몇년간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베이징시 교통 당국은 차량 5부제를 실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올해부터는 신규 자동차 번호판을 추첨을 통해 매월 1만7천600개로 제한하는 특단의 대책까지 내놓았습니다. 운행 차량수를 강제로 20% 줄이고 신규 등록도 엄격히 제한한 건데 교통 체증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진 듯한 느낌입니다.
                       


이 때문에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에 걸리면 기름값도 건지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한 택시 기사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5분에 1km정도 밖에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걸어가는게 빠를 정도로 꽉 막혀 있는데 그러면 1시간 동안 20위안, 우리돈으로 3천 5백 원 가량 밖에 벌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출퇴근 시간에는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한국의 경우 요금 체계가 시간-거리 병산제여서 차가 막혀 도로에 서 있어도 요금은 계속 올라가지만 중국의 경우 '거의' 거리만 계산하기 때문에 일단 막혀 서 있으면 요금이 '거의' 올라가지 않습니다. '거의'라고 한 이유는 요금에 시간 개념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물가 상승을 이유로 2005년에 정해진 기본요금 10위안(약 1천8백 원)에 2㎞당 2위안(약 360원)의 요금 체계가 지금까지 6년째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 기사들은 요금은 6년째 그대로인데, 그사이 기름값은 3배 가량 뛰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지나치게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택시 기사들의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그들의 '집단 태업'에 대해 정당하다고 지지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론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택시난 문제는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택시 기사들이 어려우니 승객들이 불편해도 참아야한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자신없습니다. 이렇게 택시 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척' 글은 쓰고 있지만 당장 집 앞에서, 또 회사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안 잡힌다면 제가 어떻게 반응할지.^^세상살이가 '이해'만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요. 또 당연한 얘기지만 제가 '이해'한 게 항상 올바르지도, 올바를 수도 없습니다.

다만 이번 취재가 그동안 숱한 취재 현장에서 특히 파업 등과 관련된 소식을 전하면서 제 스스로 얼마나 사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점검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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