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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렌트비 30%가 보험료라니…

[취재파일] 렌트비 30%가 보험료라니…

국내 렌터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등록된 렌터카 대수는 올 상반기 기준 27만 2천대. 불과 1년 만에 3만대 넘게 늘어나면서 연간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관광지에서 단기로 렌터카를 빌려 이용했다면 요즘에는 차를 따로 구입하지 않고 렌터카를 1개월 이상 장기로 빌려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렌터카 요금은 천차만별입니다. 일단 렌터카 요금이 '자율제'인데다가, 차종과 연식, 대여 기간 등에 따라서 요금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요금 속에 보험료가 포함돼 있는데, 운전자들은 보험료가 얼마나 차지하는지 잘 모르고 있고, 사실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렌터카 요금을 분석해 봤더니, 그냥 무관심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렌터카 업계에서 추산한 렌터카 보험료 현황을 확인했더니, 전체 렌터카 요금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K5 LPG 차량을 하루 빌릴 때 전체 렌트 요금이 9만 원이라고 한다면, 이 가운데 종합보험료(대인/대물/자손)는 1만 8천 400원, 자차보험료는 1만 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보험료가 3만 원에 가깝다니... 일반 자동차 보험에 비해서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그러면 렌터카 보험료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현행 보험료 체계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렌터카 보험은 크게 2가지 보험으로 돼 있습니다. 하나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종합보험입니다. 만약 렌터카를 빌린 운전자가 사고를 냈을 때, 상대방과 상대방 차량, 본인의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또 하나는 자차보험입니다. 렌터카 운전자가 사고가 났을 때 렌터카를 수리하는 비용을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운전자가 렌터카를 빌릴 때 2가지 보험에 가입하기만 하면, 그 순간 렌터카 이용자는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렌터카를 운전할 때 도덕적 해이가 생기게 되고, 당연히 본인 차량을 운전할 때보다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사고가 많이 나면, 손해율이 높아지고, 결국 보험료 할증으로 이어지는 거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보험회사들은 렌터카 회사에 높은 보험료를 적용하고, 렌터카 회사는 이런 고액의 보험료를 렌트 요금에 포함시켜 받고 있는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렌터카 업체 대표도 "보험회사에서 렌터카에 대한 보험료를 너무 비싸게 받고 있으니, 이런 부담이 렌터카 요금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들이 이런 부담을 떠안고 있는 구조로 보면 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소비자들로선 보험료 때문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는 렌터카 요금을 내고 있는 것인데요,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미국의 제도를 보면 참고할 만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렌터카를 이용할 때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렌터카를 빌리는 운전자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면, 보험료 없이 순수하게 렌트 요금만 지불하고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렌터카를 이용할 때 사고가 발생한다면, 개인 보험으로 처리하고, 할증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지는 구조입니다. 물론 렌터카를 운전할 때 부담이 되긴 하겠지만, 일부 악성 운전자들 때문에 비싼 보험료를 물지 않아도 되니... 더 공정한 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걷어낼 수 있는 가격 거품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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