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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미 FTA 반대집회, 치열한 현장에서

[취재파일] 한미 FTA 반대집회, 치열한 현장에서

한미 FTA 반대 집회가 거세게 타올랐던 지난 달, 수천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차로로 행진을 하고, 경찰이 방패막을 만들어 막아서고, 시위대가 국회에 난입하고,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여의도는 국회에서 쏟아진 용암으로 뒤덮인 활화산 같았습니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이후로 한 주에 한번씩 열렸던 집회는 매일 열렸습니다. 체감 온도가 영하 6도로 내려간 23일 밤에도 어김없이 집회는 열렸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날 밤과 마찬가지로 출정식을 하고, 거리 행진을 시도했습니다. 경찰은 방패로 이들을 막아섰고 여러 차례 경고 방송을 한 뒤 물대포를 발사했습니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연행됐고, 2시간 뒤 집회를 마무리 하고 자진 해산했습니다.

집회 풍경이 이렇습니다. 경찰은 이런 이유로 매번 물대포를 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법 시위에 강경 대응한다', '경고 방송에도 해산하지 않는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등등. 과거엔 경찰들이 직접 나서서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느라 충돌이 많았지만, 먼 거리에서 물대포를 쏘면 그런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한 번은 경찰이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하기에 경찰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마구 쏘는 거에요?". 돌아온 답은 너무도 간단했습니다. "해산하라는데 안 하니까요!".

하지만 한미 FTA 반대 집회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뛰어난 연출이 뒤따르는 연극이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하 날씨 물대포 논란'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물대포 운용 지침은 생각보다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돌발상황이 생기면 구호조치 한다'는 주의사항은 추상적이었고요. '물대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이게 공권력이 쥔 무기인지, 아니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어책인지 따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의 옷이 찢어지고 온몸이 얼어 붙고, 취재진들조차 치를 떨던 그날 밤, 물대포가 쓸고 간 현장은 누가봐도 참혹했으니까요.

잘잘못을 가리자는게 아닙니다. 이게 물리력으로 될 일인지, 저는 묻고 싶었습니다. '물대포를 쏘면 집회는 빨리 끝나겠지만, 내일 더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는 SBS 8시뉴스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물대포를 쏜다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위가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쓰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었습니다. 포털에 '이 날씨에 물대포'라는 검색어도 있었습니다. 야당은 물론 한미 FTA 비준을 주도한 여당 정치인들도 SNS를 통해 물대포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인권위도 경찰에 자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경찰도, 시위대도,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 한미 FTA라는 현안을 놓고 보다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찾고자 하는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6일 밤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종로경찰서장이 시위대로부터 맞았다는군요. 경찰은 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24시간도 안 돼 1명을 체포했습니다. 이에 맞서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서장이 시위대를 뚫고 무리하게 주최 측으로 다가서는 등 화를 자초했다고 해명합니다. 경찰은 '앞으로 불법, 폭력 시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물대포도 다시 발사될 것 같습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다시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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