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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 돈 다 세금입니다

[취재파일] 그 돈 다 세금입니다
서울시 생활체육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서울시와 국민생활체육회에서 한 해에 100억 원의 보조금을 받는 단체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 단체는 각종 생활체육회의 활성화와 체육 동호인의 활동을 지원한다고 돼 있습니다. 해마다 대규모 생활체육대회도 열고, 진행하는 사업도 많은 것 같습니다.

생활체육회 동호인들을 위해 이렇게 할 일 많은 단체의 간부들이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단체에 지난 2008년 4월 신임 사무처장이 부임했는데, 이 사무처장과 일부 직원들이 3년 동안 4억 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빼돌렸다고 합니다.

돈을 빼돌린 방법은 다양합니다. 기본은 단가 조작입니다. 체육회에 물건을 납품한 업체를 설득해 실제 단가 보다 높은 납품액을 기록합니다. 그러면 실제 단가와 납품액 사이에 차액이 생기고, 이 차액을 돌려받습니다. 이런 차액 돌려받기 범행을 묵인해 준 납품업체가 확인된 곳만 9곳인데, 업체 입장에서는 잘못된 것을 알지만 '을'의 입장이다 보니 도와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갑'의 위치를 이용해 약자를 이용한 참 못된 방법이죠.

자원봉사 명단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단체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규모 체육대회를 진행하곤 하는데, 이때 행사에 참여하지도 않은 봉사자들의 명단을 작성한 뒤, 직원들이 멋대로 서명을 해 봉사비를 빼돌렸습니다. 봉사자 명단에 올려놓은 사람들은 생활체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고 하는데, 순수한 학생들을 이용했으니 이 역시 참 못된 방법입니다.



빼돌린 돈은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4억 원 중에 일부는 직원들 회식비나 자체 운영비로 썼습니다. 보조금을 제 곳에 안 쓰고 이렇게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그래도 이건 좀 낫습니다. 이 중에서 1억 5천만 원은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술 먹고 흥청망청 노는데 썼고, 개인 카드대금을 갚는데 썼습니다. 비영리 단체 직원들이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고 있던 겁니다.

직원들은 이렇게 돈을 빼돌리기 위해 4개의 차명계좌를 사용했습니다. 빼돌린 보조금을 차명계좌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습니다. 범행 수준이 범죄집단을 방불케 하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범행을 주도한 사무처장이 세금을 무려 8억 원이나 체납한 신용불량자였기 때문입니다. 사무처장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곧바로 체납액으로 빠져나가니, 이걸 막으려고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를 이용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 사무처장이 참 나쁜 사람인 게, 온갖 횡령을 하면서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잘라버렸다고 합니다. 인사권을 갖고 있는 사무처장이 횡포를 부린 거죠. 억울한 해고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있고,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비리가 이곳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 입니다. 최근에는 서울시 체육회에서도 직원들이 예산을 이곳저곳 빼서 쓰다가 적발됐고, 지난해에는 국민생활체육회 간부들이 정부 지원금을 개인 카드비로 전용하거나 영주증을 위조해서 적발됐습니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인데, 감춰진 비리는 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체 간부들이 횡령한 그 돈, 다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세금이 뭡니까. 국민을 위해 써달라고 국민이 정부에 내어 준 돈입니다. 그 돈을 그렇게 제멋대로 쓰는 단체들이, 지원금 받을 때가 되면 매년 적자라고 난리입니다. 정부에 부탁합니다. 보조금 줄 때, 제대로 일하는 단체에 필요한 만큼 합리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랍니다. 이렇게 세금이 낭비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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