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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군 범죄 예방? '말로만'

[취재파일] 미군 범죄 예방? '말로만'

지난 15일 새벽 한 주한미군이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이태원의 주점은, 미군 출입금지 구역이었습니다. 미군 헌병대 등의 야간 순찰도 계속되는 이태원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을까요? 이번엔 미군의 출입금지 구역과 통행금지 규정, 그리고 미군 자체 순찰 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미군 출입금지 구역 혹은 출입제한 구역은 주한미군이 자체 군 규정에 미군 병사의 출입을 막는 업소와 지역 등을 명기해 놓은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오프리미트(OFF-LIMIT)라고 하는데요, 미군은 크게 다섯 가지 기준으로 이 출입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나 인신매매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Prostitution/HumanTrafficking), 큰 싸움이 자주 일어나거나 그런 적이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Force Protection), 마약 등 약물을 판 일이 있거나 (Controlled Substances), 건강상 혹은 안전상에 좋지 않거나(Health/Safety), 미성년자에서 술을 팔거나 파는 것으로 알려진 곳(Underage Drinking) 등의 다섯 가지 분류입니다.

현재 서울에만 모두 52곳의 출입금지 업소와 지역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출입금지 구역은 차츰 감소해 오고 있는 추세인데 예를 들어 5년 전에는 홍대 부근 전체가 출입 금지 지역이었는데 현재는 해제된 상태입니다. 또 집창촌이나 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처럼 길 전체를 지나다닐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주점 하나하나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변해왔습니다.

                 



최근 발생한 미군 범죄들 때문에 미군 자체 순찰이 훨씬 강화된 걸로 들었는데, 어떻게 방화사건까지 벌어졌을까가 궁금해 이태원 거리에 직접 나가봤습니다. 이태원 미군 순찰은 크게 MP와 CP 두 순찰대가 맡고 있습니다. MP는 Military Police, 즉 헌병대 순찰대고 한국 경찰(KNP라고 부릅니다)과 함께 순찰을 다니고 있습니다.

CP는 Courtesy Patrol, 미군 장교를 주축으로 하는 일종의 미군 방범 순찰대입니다. 잇단 미군 범죄로 단속 인원도 늘어나고(예전엔 MP 위주로 순찰을 돌고 CP는 거의 보기 힘들었습니다. 최근엔 CP 인원만 열 명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MP는 보통 카투사를 포함해 미군 4명에 한국 경찰 1명, 혹은 의경 2명이 한 조를 이룹니다.) 단속 시간도 더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단속은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몇몇 출입금지 구역은 직접 들어가서 확인을 했지만 대부분은 문만 열어보고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또 문조차 열어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고 있었고 안에서 문을 잠그면 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전역을 한 바퀴 도는데 빠르면 3~40분. 천천히 돌면 1시간 정도 시간을 쓰고 있었습니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엔 한참을 이태원 지구대 앞에 서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후 다시 이태원을 한 바퀴 돌고는 그대로 야식을 먹으러 이동을 하더군요. 식사하러 들어간 시간이 새벽 2시. 30분 정도 식사를 한 뒤엔 다시 이태원 지구대로 이동해 이젠 아예 들어가 한켠에 자리를 잡습니다. 10분, 20분, 얼굴 조차 보이지 않다가 3시 반이 넘어서야 다시 순찰을 돌러 나오더군요. 그리고 서둘러 마지막 순찰을 돕니다.

이렇게 대충대충 순찰을 도는 이유에 대해서 현역병들은 대답하지 않았고, 미군 헌병대 전역자들을 취재해보니 그 정도만 되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최근 범죄 때문에 순찰 강화지시가 떨어져서 문이라도 열어보는 것이지 예전엔 아예 쳐다도 안 봤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이태원 한국 상인들의 항의가 심해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번엔 미군이 잇단 범죄로 부활시킨 통행금지 시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한시적으로 생긴 통행금지 시간은 평일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새벽 3시부터 새벽 5시입니다. 그런데 이 규정조차 정말 소용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군에는 점호가 있어서 부대 내 인원을 자주 점검하는 반면, 미군은 직업 군인의 특성상 오후 일과가 끝나면 이후 외출은 자유롭습니다.

                   


그런데 부대 밖으로 나갈 때는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고, 부대 안으로 들어올 때만 검사를 하기 때문에 나가는 기록은 전산에 남지 않고 들어오는 기록만 전산에 기록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금 시간 전에 나가서 끝난 뒤에 들어오면 사실상 적발이 힘들다는 겁니다. 통금 시간이 아니면 부대 정문에서 누구 하나 시간을 지켰는지 어디 다녀왔는지 묻는 사람도 없고(신분증 검사는 주한미군과 계약된 한국인 계약직 노동자들이 합니다. SG(security guard)라는 표찰을 달고 다닙니다.), 설사 누군가에게 잡힌다고 하더라고 방금 전에 즉 통금 시간 이후에 나갔다가 바로 들어온 것이라고 둘러댈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미군 범죄가 잇따르면서 미군 당국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런 식의 관리라면 있으나 마나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SOFA 개정에 부정적이라면 적어도 좀 더 꼼꼼하고 세심한 방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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