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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상추로 연매출 130억 원…'부농' 비결은?

[취재파일] 상추로 연매출 130억 원…'부농' 비결은?
상추로 연매출 130억 원을 올리는 귀농인이 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글을 쓰는 기자도 믿기지 않았다. 지금 상추가 비쌀 때도 아니고 채소값이 폭락했는데 어찌 상추로 1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겠는가? 그런데 믿기지 않아도 사실은 사실이다. 기자가 충북 충주의 상추CEO를 만난 건 지난달 팸투어 때였다. 그저 유기농 상추와 쌈채소를 재배하는 농민이겠거니 했는데, 알고보니 유기농 쌈채소 업계의 신화적인 존재였다. 주인공은 바로 상추CEO로 소문난 '류근모' 씨... 류 씨의 작지만 큰 성공스토리를 들어보자.

"귀농을 꿈꾸는 직장인들이여...류근모를 주목하라"

기계공학을 전공한 류 씨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조경업이었다. 섬세한 그의 성격상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에는 조경업의 특성상 접대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고, 필요 이상으로 견적을 부풀리고 견적서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나무를 심어서 이윤을 남겨야했다. 천성이 정직한 그의 성품상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과감히 사업을 정리했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귀농을 결심했다. 운이 좋게도 충주의 유기농 상추재배 대가를 알게 돼 그분께 상추재배법과 사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자본이 적고 부지런하게 열심히만 하면 희망이 보이겠다 싶은 게 상추였다"고 말했다.

곧바로 유기농 재배 방법을 본격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잡초와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아내가 말렸다. 지금까지 이렇게 고생했는데... 마침내 그는 그만의 유기농 방식을 개발했다.

유기농 재배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약재와 퇴비 만으로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농사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우리 조상들은 모두 이렇게 재배했다. 그는 당시 상추와 채소에서 농약이 많이 검출돼 언론에 대서특필됐기 때문에 유기농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소회했다.

그래서 쌈채소 분야에서 국내 최초 유기농 인증을 따냈고 내친 김에 미국과 국제 유기농 인증, HACCP(위해중점관리요소) 인증, GAP(우수농산물인증), 국제표준 ISO인증까지 도전할 수 있는 모든 인증을 따냈다. 모두 쌈채소 분야에서 국내 최초였다. 이렇게 15년이 흘러 그는 지금 어엿한 상추농장의 CEO가 됐다. 직원도 그 사이 2백여 명으로 불어났다. 유기농 쌈채소의 신화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 농업인의 날에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농민이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가 받은 훈장은 일반 제조업체의 경우 5천억 원을 벌어도 받기 힘든 최고의 영예이다.

"귀농할 마음이 있다면 직장에서 우선 최선을..."

여기까지가 그의 대략적인 성공스토리다. 귀농을 꿈꾸는 많은 직장인들과 퇴직자들이 그를 본받아 수백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부농이 되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어찌보면 류 씨는 농업계의 스티브잡스인지도 모른다. 과감한 도전과 끊임없는 혁신,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 않는 긍정적 마인드.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귀농하려고 회사를 그만둔다든지 사업을 접는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귀농해서 하려고 하는 노력의 3분의 1만 쏟으면 직장에서 두 단계는 더 승진할 수 있다. 그래도 귀농한다면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하라. 아울러 가족의 동의를 얻고 귀농하라"고 조언했다.

귀농을 텃밭가꾸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뼈아픈 일침이었다. 유기농 상추재배법을 배우기 위해 그의 농장을 다녀갔다가 정말로 귀농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다들 전원생활을 하며 손쉽게 돈을 벌려하기 때문이다.

철학이 있는 재배법..."유기농은 우리 후손을 위한 것"

잠시 그의 유기농 재배법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유기농은 단순히 농약이나 비료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리 후손을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유기농은 인위적으로 농산물의 생장이나 생산량을 늘리기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그의 농장에는 한우 수십 마리가 있다. 채소 농장에 왠 한우? 류 씨가 재배하는 방식은 소를 활용한 생태순환재배법. 품질이 좋은 유기농 채소는 사람이 먹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동물들이 먹는다. 그리고 동물들이 배설한 축분으로 퇴비를 만들고, 이 퇴비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고... 

이런 방식은 우리 선조들이 농사짓던 그대로다. 이렇게 하면 땅이 비옥해지고 농산물도 잘 자란다. 특히 생태계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후손을 위해서는 유기농 방식이 필요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내 세대도 먹고 살고 후손들도 먹고사는 유기농 재배법. 기자가 만난 뉴질랜드의 유기농 농법 전문가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후손을 위해 땅심을 유지시키는 것이야 말로 유기농의 참 정신이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각 가정마다 유기농 채소를 직접 배달해주고 싶어요"

류 씨는 최근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받고 일 주일에 두 번 유기농 채소를 각 가정에 택배로 배달해주는 사업이다. 중간 유통상인 없이 생산자-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유통 비용이 없다보니 보다 저렴하게 유기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차로 100상자가 나갔습니다. 주문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농산물 유통의 트렌드를 바꾸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 있습니다."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날에 또 하나의 상을 받았다고 기자에게 귀뜸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1만6천 개 협력업체 가운데 그의 농장이 '윤리경영 최우수상'을 받은 것. 어찌보면 그의 사업에 있어서는 훈장보다 좋은 상이다.

'모든 결과는 과정의 합'이라는 것을  보여준 류근모 씨. 류 씨는 FTA로 농민과 농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농업에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에 희망이 없는 겁니다."는 말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삶은 단순한 귀농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 농업의 희망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SBS 8시 뉴스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류근모 씨의 성공스토리는 '상추CEO' 책을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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