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절차만을 남겨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분명 '충격파'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4조3천억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무역 강소국이라고는 하나 GDP 규모는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두 나라가 관세장벽을 허물고 소위 '맞짱'을 뜨는 것 자체가 한국으로서는 위기이자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FTA가 가져올 결실을 우리가 향유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촘촘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경제강국의 반열에 가까이 갔던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그렇고 그런 중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례를 곱씹고 곱씹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FTA 활용 방안에 총력 다해야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미국이라는 큰 시장이 자연스럽게 열리고 수출이 확 늘어나는 게 아니다.
1천 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협정문에 맞춰 시장을 공략하려면 철저히 시장을 분석하고 정보를 물색해 길을 뚫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기업이나 정부로서 다소 피로현상이 있겠지만 한미 FTA 활용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비용이 든다. 미국 시장을 알아보는 마케팅 비용,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기 위한 투자 등이 그것이다.
정 교수는 "정부는 현지 정보, 협정문을 잘 가공해서 기업에 전달하고 기업은 시장공략에 필요한 비용을 미래투자로 생각하는 식으로 초기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계적인 FTA 활용방안 구축을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장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등으로 한미 FTA에 관심이 적은 만큼 정부가 나서 컨설팅, 원산지 규정 지원 등 체계적 활용계획을 만들어 상시 지원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주 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전략적 사고를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분명히 시스템이 다르고 언어장벽도 있다. 중소기업에는 미국시장 공략이 어려울 수 있다. 현지 에이전트를 활용하거나 해당 분야의 거대한 생산경쟁자, 유통망과 손을 잡는다면 의외로 쉽게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 산업에는 '정교한 지원' 필요
한미 FTA가 발효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를 보는 업종이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기업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도산하는 산업, 자영업자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를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피해 우려 업종에 대한 정교한 지원과 업그레이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인교 교수는 "국익 차원에서 FTA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하지만 손실기업, 업종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준비한 지원책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어민을 위한 22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과 세제 지원 등 각종 대책을 만들었다. 추가대책도 준비중이다.
이는 낭비의 요소와 비효율적인 면이 너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정부 지원은 시설과 장비 등 하드웨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의 장기 성장, 생존을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농어촌 정부지원 방식은 한-칠레 FTA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와 유사하다. 당시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농어촌의 경쟁력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차라리 농어업 관련 대학과 학생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스스로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은 기업에 대한 금융과 세제 지원에 쏠려 있다. 피해는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재교육을 통해 근로자의 역량을 키워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전문가들 "한미 FTA 준비 없인 결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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