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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금은 바야흐로 '뮤지컬 전성시대'

[취재파일] 지금은 바야흐로 '뮤지컬 전성시대'

관객 35만여 명, 매출액 275억 원, 순수익 100억 원. 평균 91.9%의 점유율. 한국 뮤지컬의 신기원을 세웠다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난 9개월 간의 성적표입니다.

그 뒤를 이어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 2009년 9월부터 1년 간 27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요, 공연시장 불황에도 뮤지컬은 해마다 15~20%의 성장을 이루며 시장 규모는 연간 2천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연계에서 '뮤지컬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뮤지컬 전용관 = 관람객 하루 4천 명

이런 가파른 성장세에 대형 뮤지컬 전용관이 잇따라 개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개관한 뮤지컬 전용관 샤롯데 시어터에 이어 올해 서울에서만 디큐브아트센터(신도림동), 블루스퀘어(한남동), CJ 아트센터(대학로) 등 잇따라 세 곳이 개관하거나, 개관 예정 중입니다. 뮤지컬 전용관 객석이 최소 1,000석이 넘으니까 하루 관람객이 최소 4천여 명이 된다는 계산이 나오는군요.

이에 따라 뮤지컬 공연계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공연기획사와 공연장과의 소위 '갑을관계'가 바뀌게 됐습니다. 과거엔 공연을 올리고 싶어도 공연장이 부족해  공연기획사들끼리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처지가 바뀌게 된 거죠. 극장별로 좋은 작품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좋은 작품을 가진 제작사가 좋은 공연장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런 변화는 단순히 공연장과 제작사와의 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입장에서는 좋은 공연을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뮤지컬 전용관은 장기공연을 가능하게 합니다. 국립극장이나 예술의 전당 같은 공공기관의 경우는 클래식과 국악 등을 위주로 운영하다보니 뮤지컬은 비수기에 짧은 기간 동안만 빌릴 수 있었다면, 전용관을 통해 부족했던 극장 공급이 채워지게 되는 겁니다. 규모가 큰, 그래서 잠깐 한두 달 설치해서 공연하는 규모에서 할 수 없었던 공연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미국 브로드웨이 같이 20년씩 공연하는 작품도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욱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티켓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건데요,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장기 공연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제작비가 분산돼 저렴해지게 되는 거죠. 실제로 9월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시작한 '맘마미아'의 R석 티켓 가격이 9만 원으로 책정돼 뮤지컬 '10만 원의 법칙'이 깨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대형 전용관들이 이렇게 검증된 대형작품을 선호하다 보니, 창작 뮤지컬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규모가 큰 뮤지컬만 올리는 것은 공연계 전체를 볼 때 중장기적인 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소규모 창작 작품들 역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여러가지 정책적인 배려들도 필요합니다. 또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질 높은 컨텐츠를 개발해 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지요.

               


◆ 무비컬? 드라컬? 쥬크박스 뮤지컬?

그럼 다양해진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뮤지컬의 형식과 소재도 다양해졌습니다. 드라컬 (드라마 + 뮤지컬), 무비컬 (영화 + 뮤지컬), 포엠컬 (시 + 뮤지컬), 쥬크박스 뮤지컬 (극에 노래를 붙이는 것이 아닌, 기존의 노래를 통해 극을 만든 것) 등 새로운 뮤지컬이 생겨나고 있죠. 드라마, 영화, 시, 가요 등 그만큼 원작이 다양해 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쥬크박스 뮤지컬은 '맘마미아'가 대표적입니다. 아바의 주옥같은 명곡들로 만들어진 뮤지컬이죠. 이렇게 기존에 히트했던 노래를 활용한 뮤지컬이 최근 잇따라 제작되고 있습니다. 쥬크박스 뮤지컬을 제작하는 이유는 인기를 얻었던 검증된 곡들로 제작한 뮤지컬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양희은씨의 히트곡들로 만들어진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는 1971년 데뷔곡 '아침이슬'부터 40여 년간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은 곡들을 양희은 씨 자신이 살아온 음악인생을 스토리로 삼아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DJ DOC의 히트곡 22곡을 묶은 뮤지컬 '스트리트 라이프'는 나이트클럽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쥬크박스 뮤지컬답게 무대와 객석이 함께 춤추며 뮤지컬인지 콘서트인지 헷갈릴 정도로 열광적인 무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영화 '늑대의 유혹'을 소재로 만든 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강동원, 조한선이라는 스타를 탄생시킨 영화답게 뮤지컬에서도 한눈에 반할만큼 잘생긴 배우들이 출연해 시작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무비컬'은 영화로 관객들을 만난 작품답게 공연을 선택하는 관객들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늑대의 유혹'은 게다가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연상케하는 화려한 춤과 노래도 곁들여 졌습니다.  아이돌 1세대 HOT와 SES의 노래부터 동방신기, 소녀시대 노래까지. K-POP 스타들의 노래들을 담아 한류뮤지컬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궁'과 '환상의 커플'은 인기 드라마를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었고, 원태연의 시를 뮤지컬로 만든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는 국내 최초의 '포엠컬'로 90년대 첫사랑의 추억을 가진 20대 후반에서 30대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 뮤지컬 '톡식 히어로'

◆ 공연만? 이벤트도!

무대의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객석으로 내려와 내 머리채를 쥐고 흔들고, 주인공 고양이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에게 온갖 애교를 부리다 내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춘다면? 이 일들이 공연장에서 벌어집니다.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뮤지컬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캣츠'는 고양이들의 삶을 인간의 삶에 빗대어 그린 뮤지컬입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등장하는데요, 이 고양이들이 극 중간과 쉬는 시간에 객석으로 내려와서 관객들에게 장난을 겁니다. 이렇게 고양이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일명 '젤리클석'이라 불리며 가장 먼저 매진이 된다고 하네요.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는 부킹석을 만들어 객석의 솔로 남녀 관객들을 연결해 주는데요, 처음엔 어색했던 남녀도 신나는 DJ DOC의 노래를 듣고 함께 따라부르다 보면, 어느새 친해진다고 합니다. 참, 진짜로 좋은 만남이 이어지면 식사권까지 받을 수 있는 풀코스 이벤트까지 이어진다는군요.

댄스파티를 방불케 하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커튼콜은 공연이 끝난 뒤, 또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고, 좌충우돌 30대 노처녀의 회사 생활을 그린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진짜 회사 직장 상사를 초대해 서로 간의 화해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이제 공연은 더 이상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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