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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석탄 1만 톤에 광부 2명 숨지는 중국

[취재파일] 석탄 1만 톤에 광부 2명 숨지는 중국

겨울철 난방 수요에 대비해 석탄 채굴이 늘어나면서 중국에서는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대형 탄광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탄광 사고 소식과 구조 작업 소식 등에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광부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중국 탄광 사업의 어두운 이면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광부들이 작업 중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당국의 안전 관리 강화 움직임 속에서 희생자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작년 한 해만 해도 1천 403건의 광산 사고가 발생해 광부 2천 433명이 숨졌습니다. 고단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어두운 갱에서 묵묵히 일했던 무고한 광부들이 하루 평균 7명 꼴로 비명횡사한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탄광에서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탄광은 지반이 연약해 붕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여기다 갱 안에 가연성과 폭발성이 높은 메탄가스가 가득차 있어 다른 광산에 비해 사고 위험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지고 십상입니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 급증 덕분에 중국의 탄광업은 최근 수년간 전례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와 비례해 광부들의 희생 또한 컸습니다. 중국의 석탄 채굴량은 매년 30억 톤 가량으로 전 세계 채굴량의 40% 가량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매년 탄광 사고로 숨지는 광부 가운데 80%가 중국인입니다. 중국 국가안전감독총국에 따르면 석탄 1만 톤을 채굴하는 데 희생되는 중국 광부는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2.041명입니다. 석탄 1만 톤을 생산할 때마다 2명이 숨지는 셈입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무려 50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탄광 사고가 안전 시설 투자 무시, 당국의 관리 부재가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라는 것입니다. 중국 탄광에서는 가스의 순간적인 대량 누출로 인한 갱도 붕괴와 폭발 사고가 특히 잦습니다.

따라서 가스 배출도가 높은 탄광은 당연히 환기 시설과 누출 가스 탐지 시설을 잘 갖춰야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윤 감소를 우려하는 탄광업체들은 이런 시설 투자를 꺼리고 광부들을 사고 위험 속에 몰아넣은 채 돈벌이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만연한 불법 채굴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는 탄광 업체들에게 일정량의 석탄을 캐낼 수 있도록 면허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업체는 면허 없이 채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업체들은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아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를 더욱 뒷전으로 미루게 됩니다.

지난 10일 가스 폭발 사고가 나 34명이 숨지고 9명이 매몰된 윈난성 스중현 쓰좡 탄광도 바로 이런 불법 탄광으로 확인됐습니다. 탄광 업체들이 이처럼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고 불법 채굴을 일삼을 수 있는 데는 부패하고 무능한 지방당국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법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 중앙정부 또한 이런 석탄 산업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해 9월 탄광 간부들이 직접 위험한 갱내에서 교대로 광부들과 함께 지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탄광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간부들이 몸소 위험한 갱내에 들어가면 안전 대책에 좀 더 신경쓸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작년 12월 중국 법원은 76명의 광부가 숨진 허난성 핑딩산 탄광 사고의 책임을 물어 책임자와 부책임자 2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탄광 운영자에게 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사형을 선고한 첫 판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 들어서도 대형 탄광 사고는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윤에만 눈이 먼 탄광 업체들의 탐욕스런 경영 행태와 지방 당국의 무능과 부패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석탄 1만 톤마다 광부 2명이 희생되는 중국 석탄산업의 비극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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