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선충 서식지 옮기는 원리 밝혀

작은 벌레도 주변 환경이 나빠지면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기 위해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서울대 이준호 교수팀은 14일 예쁜꼬마선충이 불리한 서식 환경에서 보여주는 '닉테이션' 행동의 원인에 대해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단순한 신경계를 가진 길이 1㎜ 정도의 선충으로, 평소 바닥을 기어다니지만 온도가 높거나 먹이가 줄어드는 등 서식 환경이 나빠질 경우 꼬리만 바닥에 붙이고 몸 전체를 들어 흔드는 '닉테이션'이란 특이 행동을 보입니다.

연구팀은 우선 닉테이션 행동에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관여하며, 'IL2'라는 뉴런이 이 행동을 관장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IL2 뉴런이 제거된 선충은 나쁜 환경에서도 닉테이션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IL2를 복원하자 반응을 회복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상자 안에 닉테이션이 가능한 선충을 넣고 먹이인 대장균을 떨어뜨려 놓은 뒤 초파리 20마리를 풀어놓고, 다른 상자에는 닉테이션을 할 수 없는 선충만을 모아 넣었습니다.

그 결과 닉테이션을 하는 선충들만 몸을 들어 쉽게 초파리에 달라붙어 먹이가 있는 새로운 서식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준호 교수는 개별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선충의 특정 행동을 제어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를 제시한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오늘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