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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대형 아파트 '찬밥' 언제까지…

[취재파일] 중대형 아파트 '찬밥' 언제까지…

이병희 기자 able@sbs.co.kr

작성 2011.11.14 08:56 수정 2011.11.14 17: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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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올 초까지만 해도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조만간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는데, 1년이 다 되도록 현실에서는 별다른 상승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유럽발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은 내년까지도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중대형 주택의 침체가 심합니다. 한 때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중대형 아파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전국에 다 지어놓고도 분양이 안 돼 빈집으로 텅텅 비어있는 아파트는 3만 4천 채입니다. 이 가운데 76%인 2만 6천 채가 전용면적 85㎡ 이상인 중대형 아파트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선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10채 가운데 9채가 중대형 아파트일 정도로 사정은 심각합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대형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에서 소위 ‘대세’였습니다. 집값 상승기였던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중대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6년에는 99~132㎡ 아파트가 1년에 21%, 132~165㎡ 아파트는 20% 오르며 대마불사 신화를 만들었죠. (자료: 부동산 1번지) 여기에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으로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2채 이상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크고 똘똘한' 집 한 채만 소유하고, 나머지 집은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하면서 중대형에 대한 선호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건설사들이 이런 트렌드를 놓칠 리가 없죠. 작은 아파트 여러 채 지어서 힘들게 분양하느니, 분양도 쉽고, 수익도 큰 중대형 위주로 공급 계획을 전환했습니다. 대형 건설사부터 중견, 중소 건설사까지 너도나도 중대형 위주로 분양을 하다 보니 몇 년 만에 시장에 중대형 아파트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부동산 경기가 계속 호황이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집을 사도 가격이 오를지 말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이래저래 부담이 큰 중대형 아파트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떨어지니,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분양된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66~99㎡가 3.3㎡당 평균 1017만원이었는데, 99~132㎡는 평균 897만원으로 120만원이나 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양가 뿐 아니라 실거래가 에서도 이런 '가격역전'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다 보니 중대형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분양하지 못하는 건설사/시행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발코니 무료 확장이나 대출금 무이자 행사는 이제 기본이고, 아예 분양가를 30%까지 깎아주는 파격 마케팅까지 등장했습니다. 또 중대형 아파트 매물을 홈쇼핑 광고를 통해 판매하는 등 미분양 털기에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일반적인 경기 상황이라면 이런 좋은 조건을 이용해 소형 아파트에서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기 하는 수요가 있을 테지만, 부동산 경기를 포함한 안팎의 침체된 경기 상황 속에서 한 푼 이라도 아끼려는 소비 성향이 워낙 강해지다 보니 이런 약발이 먹히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높습니다. 이래저래 중대형 아파트의 굴욕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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