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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울리는 요양원…돈 관리 해준다며 '슬쩍'

<8뉴스>

<앵커>

최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편의를 돕는 요양시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요양원은 잿밥에만 관심이 많아보입니다. 어르신의 돈 관리를 해준다며 통장을 넘겨 받아 제멋대로 돈을 꺼내 쓰는 곳도 있습니다.

정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여든 살 엄동열 할아버지는 요양병원에서 외롭게 병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유일한 수입은 정부가 다달이 주는 30만 원의 기초생활비. 하지만 1년째 구경조차 못했습니다.

지난해 한 요양원에 일주일간 머물 때 통장을 맡긴 게 화근이었습니다.

[엄동열/요양병원환자, 기초생활보장자 : (통장을) 아예 주지를 않아요. 1년이 넘었는데도 안 줘요.]

엄 할아버지의 통장 거래내역입니다. 기초생활비가 들어오는 대로 문제의 요양원 계좌로 빠져 나갔습니다.

모두 340만 원, 요양원을 떠났는데도 제멋대로 계속 돈을 꺼내간 겁니다.

요양원은 200만 원은 할아버지가 있던 요양병원에 식대로 보냈고, 나머지는 장례비 명목으로 미리 찾아놨다고 해명합니다.

[요양원 운영자 : ((통장에) 돈이 남는 상황에서도 계속 빼갔죠?) 입소자들은 다 그런 식으로 해왔어요. 계좌이체를 해서 요양원 통장에 집어넣어서 활용을 해야 하거든요.]

엄 할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어디에 썼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맡겨만 두라고, 그래놓고는 입 싹 봉하고.]

요양기관 관계자들은 요양시설에서 환자들이 순수하게 통장을 맡기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요양원은 요양등급이 없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찾아오면 정부가 치료비를 대주는 요양병원으로 넘깁니다.

대신 요양원은 관리명목으로 수급자의 통장을 챙긴다는 겁니다.

[요양병원 사무장 : 요양등급이 없는 기초수급자는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통장) 관리는 요양원에서 계속하면서 수급비를 착복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시설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환자장사'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오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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