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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수애 건망증'?…ATM기 돈 인출하고 '깜빡'

"일시적 집중력 저하 때문…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br>못 꺼낸 돈 '슬쩍' CCTV에 덜미…놔두면 회수함 거쳐 재입금

나도 '수애 건망증'?…ATM기 돈 인출하고 '깜빡'

"아차! 현금자동인출기서 돈 뽑아놓고.. 혹시 나도 '수애 건망증'?"

SBS 월화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건망증 증세를 보이다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 여주인공 이서연(수애)의 '깜빡 건망증'에 공감한다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시중 금융기관의 현금자동인출기 코너에서 현금을 인출한 뒤 깜빡한 채 두고 가는 'ATM 깜빡족'이 잇따르고 있다.

현금을 인출해놓고 돈을 챙기지 않고 가버리는 이들 'ATM 깜빡족'때문에 '견물생심' 물욕이 발동한 선량한(?) 시민이 우발적으로 이 돈을 챙겼다가 절도범으로 전락하는 불행한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6시께 강원 고성군 현내면에 사는 장모(25·여)씨는 주말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려고 모 은행 ATM 코너에서 축의금과 교통비 등으로 현금 40만 원을 인출했다.

그러나 장 씨는 현금이 인출된 사실을 깜빡한 채 바로 옆 ATM기기에서 계좌이체를 진행했다.

그 사이 ATM 기기에서 먼저 인출한 현금 40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누군가 인출한 돈을 훔쳐간 것으로 여긴 장 씨는 다음 날 경찰에 도난신고를 했다.

조사결과 장 씨가 인출한 돈은 당시 장씨의 옆에서 현금을 뽑으려고 대기 중이던 주민 J(60)씨가 꺼내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TM기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파악하고 탐문수사를 통해 J씨를 검거했다.

앞서 같은 달 5일 오후 5시 25분께 주부 김모(49·여·강릉시)씨도 공과금을 내려고 모 은행의 ATM 코너에서 현금 44만 원을 뽑았다. 그러나 때마침 걸려온 휴대전화로 상대방과 통화하는 사이 김 씨는 현금 인출사실을 깜빡 잊어버렸고,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현금을 도난당한 뒤였다.

김 씨가 깜빡한 사이 인출한 돈을 훔친 K(48)씨도 ATM기기에 설치된 CCTV 분석과 도난사건 전후 인출기 거래 내역을 토대로 덜미가 잡혔다.

절도범들은 "ATM 기기에 남아있는 '임자 없는' 현금을 보고 순간적으로 욕심이 생겨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

ATM기기 생산·관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ATM기기는 고객이 인출한 돈을 찾을 수 있도록 1분여간 경보음을 낸다"며 "그 사이 돈을 꺼내 가지 않으면 '미수취 현금'으로 분류돼 정산 과정에서 해당 고객에게 통보된다. 고객이 깜빡하고 못 꺼내 간 돈을 그대로 두면 재입금되기 때문에 손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3일 농협 강원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도난신고 이외에 인출한 소액 현금을 깜빡하고 뽑지 않아 은행에 문의하는 'ATM 깜빡족' 사례는 도내 농협중앙회 소속 점포 50곳에서 한 달 평균 100여 건 발생한다.

여기다 도내 시중은행과 제2금융기관 535곳에 설치된 CD기(인출만 가능)와 ATM기기(입·출금 가능)가 모두 2168개인 점을 고려하면 'ATM 깜빡족'은 훨씬 더 많다는 게 금융기관의 설명이다.

회사원 전모(47)씨는 "얼마 전 ATM기기에서 현금 20만 원을 인출한 뒤 카드와 명세서만 뽑아온 적이 있다. 때마침 옆 사람이 큰 소리로 알려주는 바람에 돈은 찾을 수 있었지만 나도 치매가 아닌지 걱정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부 건망증'이나 'ATM 깜빡족' 등의 사례는 치매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집중력 저하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림대 부설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47) 부교수는 "평소 건망증이 심하다며 병원을 찾는 젊은 층이 부쩍 늘었는데, 깜빡하는 정도의 증세는 치매(기억력 장애)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집중력 저하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워낙 많은 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요한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정도라면 뇌기능을 평가해야 하지만 그 외 건망증은 스트레스 해소와 메모 습관만으로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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