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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골 = 죽음??

해골 의미의 변천사

요즘 길거리에서 해골 패션을 한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해골이 그려진 옷과 해골 모양 액세서리, 해골 스카프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지난 2월 사망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도 '해골 스카프'입니다. 맥퀸의 스카프는 1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엄청납니다.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많은 스타들도 애용하는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맥퀸의 스카프에 앞서는 인기 해골 아이템은 단연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입니다.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빽빽이 박힌 사람의 머리뼈. 탄소동위원소 측정 결과, 작품의 재료는 1720년에서 1810년 사이 살았던 30대 중반 남성의 머리뼈였다고 합니다. 해골로 작업을 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는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작품의 경매가입니다. 무려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940억 원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아무리 다이아몬드라지만, 해골이 수백억 원이라니요.
                                  

사실 해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죽음'입니다. 해골은 곧 사람 머리뼈로, 죽은 뒤 살이 사라져야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골'이 그려져 있으면 '위험'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70년대, 반항 문화의 상징으로 '해골'문양이 그려졌던 것도 바로 '죽음'의 의미와 관계가 깊겠죠.

때론 해골은 '죽음'과 '삶'의 중간 단계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약간 주술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는 부분인데요, 사람과 영혼을 이어주는 일종의 매개체라고 믿는 것입니다. 문명이 들어서고, 현재 형태의 종교가 생겨나기 전, 원시 사람들은 해골을 이런 중간자적인 역할로 이해했습니다. 실제로, 아직 원시인들의 모습이 남아있는 아프리카 부두족은 지금도 제사를 지낼 때 해골을 제단에 올린다고 합니다. 그들의 바람과 기도를 해골을 통해 신에게 전하고, 신의 메시지를 해골을 통해 듣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고 있는 해골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일단 개성 있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은 해골의 '조형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골 문양의 각종 패션 소품들이 등장하는 것이겠죠. 영화 '스크림'에서 나온 길쭉한 모양의 해골 가면은 코스프레 단골 소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요.

                             

2NE1 앨범 자켓 그림으로 알려진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해골 작품입니다. 마리킴 특유의 소녀, 그 소녀가 매고 있는 스카프링이 바로 해골입니다. 그림만큼 톡톡 튀는 마리킴도 즐겨 사용하는 소품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베스트 드레서'라는 얘기를 들으려면, 해골 소품쯤은 가볍게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천성길 작가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해골로 변신시켰습니다. '사과 같은 내 얼굴~'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듯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한 입 베어 문 듯한 '애플' 로고처럼 해골의 한 쪽 머리도 찌그러져 있네요. 획기적이고 기발했던 애플의 로고처럼 이 해골도 해골 자체의 조형미를 잘 살린 작업이 됐습니다. 다만, 작업 시기가 올 해 8월에서 10월 사이이니까, 잡스의 죽음 소식을 접하기 전 만들었을텐데, 묘하게 잡스의 죽음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죽음을 예견한 듯한 느낌도 듭니다. 

젊은 세대에게도 해골은 '죽음'과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다만, 죽음을 무섭고 두려운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밝고 즐겁게 대한다는 데 기존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차이가 납니다.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해야 할 죽음이지만, 죽음 전까지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삶이 펼쳐진다는 것이죠. 그러니 더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영아 작가의 작품이 딱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미소 띤 채 눈을 감은 해골, 그 주변에도 웃고 있는 이미지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아예 'HAPPY DEATH'라고 명명까지 해놨습니다.

                           

유명한 팝아티스트 아트놈의 작품입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나뉘어진 해골 속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색색으로 나타난 해골의 부분들은 삶 속에서 경험했던 행복한 경험들일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지닌 사람은 죽음을 맞이한 뒤에도, 그 추억으로 밝은 표정을 지은 예쁜 꽃으로 피어난다는 의미일까요.

또 하나, 해골은 치유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언젠가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처가 있더라도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는 동안만큼은 좀 더 행복해지자고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필승 작가는 그래서 해골을 바셀린으로 만들었습니다. 건조한 피부에 효과 만점이라는 바셀린, '죽음'의 상징인 해골 모양의 바셀린을 찍어 바르며 토닥토닥 상처를 어루만지라는 의미겠죠. 작품이 다 닳아 없어질 때쯤이면, 이 작품을 보고 간 사람들의 상처는 다 나을 수 있을까요.

어떠세요? 문화사적으로, 미술사적으로, 또 의학적으로, 해골은 엄청나게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겠죠. 수많은 의미들을 일일이 알 수는 없겠지만, 해골이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오히려 '죽음'을 넘어 '삶'을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아는 그 분, 해골하면 생각나는 그 분, '해골 물' 일화의 주인공, 원효대사가 당시 한 말이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정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법이 생겨나고, 마음이 없어지면 해골과 바가지가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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