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진중공업 협상 타결…김진숙 위원 땅 위에 서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오늘(10일) 오후 총회를 열어 노사 잠정 합의안을 무투표로 가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 총파업을 벌인 지 약 11개월 만입니다. 이어 노사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리해고 합의안에 서명하고 최종 타결을 선언했습니다.

노사 합의안 주요 골자는 *정리해고자 94명에 대해 오늘부터 1년 안에 재고용 및 근무연수 인정 *정리 해고자 생활지원금 4차례 2천만 원 지급 * 형사 고소 고발 취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최소화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측은 정리해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명분을 얻고 노조측은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를 막았다는 실리를 취한 셈입니다.

오늘 오전에 열린 한진중 정리해고자 투쟁위원회와 금속노조 집행부와의 회의에서 일부 해고자들이 잠정안 수용에 불만을 보이며 반발을 했었지만 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과 동조 농성자 3명을 더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노조 간부들의 설득으로 만장일치로 지도부에 위임한다며 힘을 실어 준 것이 총회 만장일치 가결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총회 뒤 노조원 3백여 명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동료 노조원 3명이 농성중인 크레인으로 가 농성 해제 환영식을 가졌습니다. 무려 309일만에 땅을 밝은 김위원은 물론 동조 농성 노조원 3명은 가족들과 회사 동료 금속 노조원들과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며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높이 35M의 크레인에서 버틴 309일간의 고공 농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록이라고합니다. 2003년 당시 한진중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크레인 시위를 하다가 투신자살한 것이 129일만이고 2009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철탑 위에서 로케트전기 해고 노동자들이 벌인 농성도 69일만에 끝났습니다.

김위원은 또 지난 1월17일 법원의 퇴거명령을 어기고 크레인 점거농성을 한 댓가로 한진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이행 강제금이 3억 원에 육박하는데요. 이는 국내에서 노사 갈등으로 개인이 타인의 시설물 점거로 물게 된 최고액입니다.

김위원은 영국 BBC 방송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영국 국영방송이 국내 노동계 인사 1명을
집중 조명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김위원과 동료 농성자 4명은 오늘 환영식을 마친 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약간의 휴식을 마치고 경찰에 소환되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됩니다. 구속수사 여부는 조사 뒤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것이 검경의 입장입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오늘로 일단락됐지만 한국 노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는 이유입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SNS)로 소통하는 '희망버스'가 지원세력으로 등장해 과거에 없던 새로운 노동운동의 선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희망버스'가 꾸려져 6월 11,12일 1차 부산 방문을 한 것을 필두로 10월까지 모두 4차례 3만 5천여명이 자발적으로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이들 시민세력의 지원은 노사문제에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의 큰 이슈로 만들고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의 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희망버스는 결국 정치권을 움직여 야당을 중심으로 조남호 회장의 국회 출석으로 이어져 노사 합의안의 기초가 된 국회 중재안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또 희망버스가 계속 진행되면서 생활에 불편을 받은 일부 지역주민들과 보수 우익단체들의 반대 집회와 갈등은 우리 사회의 진보-보수 이념 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이제 크레인 농성자와 '희망버스' 행사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사법처리가 어떻게 매듭지어 질지가 관심사입니다. 부산에서 진행된 1,2,3,5차 희망버스 행사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257명과 출석 요구를 해 놓은 136명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문제고 특히 희망버스 기획자인 시인 송경동씨 등 2명에 대해 발부된 체포영장도 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