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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녀시대가 그림 속으로①

이상현 '미술 속 대중스타들'

소녀시대가 새 앨범 'The Boys'를 들고 나왔습니다. 소녀시대가 돌아온다는 홍보 영상은 서울 뿐 아니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일본 도쿄 시부야,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제 소녀시대는 그야말로 ‘월드스타’인 것입니다.

전 세계를 차례차례 점령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소녀시대가 이번에는 '그림' 속으로까지 들어갔습니다.

나는 너의 지니, 소원을 말해봐!, 2011, Digital C-print, 90×245cm

이상현 작가의 "나는 너의 지니, 소원을 말해봐"라는 작품입니다. 18세기 김홍도의 "부벽루 연회도"를 재구성한 그림입니다.

김홍도 "부벽루연회도", 71.2×196.9cm

일단 제목은 소녀시대의 노래 제목입니다만, 소녀시대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요?

부벽루 앞마당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는 알록달록한 소녀들이 바로 소녀시대입니다. 그림 속에서도 소녀시대는 어마어마한 팬들을 몰고 다닙니다. 열광하고 있는 팬들, 얼굴은 하나같이 다 예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방금 튀어나온듯한 얼굴입니다. 옷차림도 범상치 않습니다. 북한 군복을 마치 팬클럽 유니폼처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군복.. 보아하니 견장과 훈장처럼 달려있는 것들은 다 루이비통,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 로고입니다.

지금 여기서 소녀시대가 부르고 있는 노래는 바로 '소원을 말해봐'입니다. 북한 여군들에게 '너희 소원은 무엇이냐'고 묻는 듯합니다. 그럼 이들의 소원은 무엇일까요? 그림 오른쪽과 왼쪽에 이런 내용의 선전 포스터가 붙어 있는 걸로 봐서는, 겉으로는 일단 '우리 식대로 잘 먹고, 잘 살자' 랍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엔 다르게 쓰여 있습니다. 소녀시대처럼 예쁜 얼굴로 가꾸고 싶고, 비싼 명품 제품도 갖고 싶다고 합니다. 이런 인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정일은 저 멀리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복사꽃에 둘러싸인 채 혼자서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 이런 유행어라도 날려줘야 하는 건가요.

김정일이 북한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소녀시대의 권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 인민들의 소원 중에는 '김정일의 권력'보다 '소녀시대의 권력'을 택하겠다는 것도 반드시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만의 얘기일까요. 우리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배고프고 못사는 북한 인민들만 '욕망'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자유롭고 더 잘 사는 우리가 어쩌면 '욕망'이나 '욕심'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가득 찬 욕망을 감추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사실을 깨우쳐 주고 싶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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