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거론한지 하루 만에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혀 세계 금융시장은 한시름 놓게 됐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마련한 구제금융안을 수용한다면 복잡하게 꼬인 유럽 재정위기가 조금씩 풀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를 반영해 유럽과 미국의 주가지수가 급등한 데 이어 코스피도 4일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파판드레우 총리 신임투표 등과 관련한 그리스 정국 불안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고 내년 초 유럽 각국의 채권 만기가 집중돼 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 그리스 국민투표 태풍 하루 만에 소멸
파판드레우 총리가 구제금융안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꺼내 든 국민투표 카드가 하루 만에 번복됐다.
구제금융안에 반대했던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과도정부 구성과 조기총선을 전제로 구제금융안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이 그리스를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력하게 압박한 것도 힘을 보탰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3일 낮(현지시간) 긴급 각료회의에서 "전날 말한 대로 만일 야당이 협상에서 구제금융안에 동의한다면 국민투표는 필요 없다"며 "처음부터 국민투표 자체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리스 야당과 국민이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압박에 거세게 반발하자 파판드레우 총리는 정국 돌파용으로 국민투표 카드를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접은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민투표 때문에 불거진 금융시장 충격은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국민투표 변수가 사실상 무산되자 국내외 금융시장은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6% 올랐고 독일의 DAX 30지수는 3.11%, 프랑스 CAC 40 지수는 3.03%, 영국 FTSE 100 지수는 1.12% 각각 상승했다.
코스피도 급등해 오전 10시30분 현재 전날보다 48.26포인트(2.58%) 상승한 1,918.22를 나타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경기나 기업실적에 연동한다. 시장 환경이 좋아져 주가 전망이 밝은 편이다. 연말까지 코스피 2,100선, 내년 2분기에는 2,2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우려 시선은 이탈리아로 이동
EU 탈퇴 여부까지 묻기로 한 그리스 국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됐지만, 불안 요소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당장 4일(현지시간) 파판드레우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열린다. 현재 그리스 의회에서 153대 150으로 여당이 박빙의 우세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이 총리 신임안에 반대를 표명해 가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선물 임호상 연구원은 "신임안이 통과되고 잠정 내각이 수립돼도 EU 지원을 받고서는 조기총선이 시행될 것"이라며 "새로 들어설 내각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위험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도 "국민투표가 취소되면 EU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구조조정안이 진행돼 긍정적이지만 총리 신임투표 결과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도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달 한 달간 그리스 은행에서 100억유로 규모의 예금이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EU 정상회담에서 그리스 민간채권단 손실률(헤어컷)이 21%에서 50%로 상향조정되고 인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그리스발 악재가 조금씩 일단락되자 시장의 시선은 이제 이탈리아로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구제금융 혜택을 많이 받는 국가다. 그리스 불안이 전이될 첫 국가로 꼽히는 이유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치력 부재와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하는 점은 이런 우려를 증폭시킨다.
내년 1~3월이 유럽 각국의 국채 만기가 몰려 있어 불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내년 1분기 중 만기인 국채 물량은 그리스 230억유로, 이탈리아 1천300억유로, 스페인 359억 유로 등 모두 1천889억 유로(291조원)에 달한다.
강현철 팀장은 "그리스는 이제 다소 안정을 찾겠지만, 유럽의 문제는 계속 남는다. 특히 내년 초 채권 만기가 많이 돌아오고 중순에는 은행 자본확충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그리스 국민투표 태풍 '소멸'…시선 이탈리아로
정치력 부재와 국채 수익률 상승세에 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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