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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논의서 미국실종…위상하락 실감

'제 코가 석자'..리먼사태 '원죄의식'에 발목

그리스 논의서 미국실종…위상하락 실감
그리스 구제금융 논의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사실상 실종된 것은 '슈퍼파워' 미국의 위상 하락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3일 보도했다.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그리스 2차 지원 패키지에 합의한 데 이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지난달 31일 'EU 패키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위험한 승부수'를 던지기까지 과정에서 미국의 목소리는 미미했다.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경우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의 줄도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위기는 대서양을 건너 내년 대선을 치를 미국에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할 형편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종종 소통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메릴랜드대학의 필립 스와겔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유럽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당신들이 문제 해결의 노하우를 알고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미국의 기여와 관련된 질문에 `미국이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있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그러나 IMF에서 미국이 가진 목소리도 실질적인 유로존 구제금융을 밀어붙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FT는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을 강타했을 당시 미국이 각국 정상들을 설득해가며 해법 도출을 주도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우선 미국에 `자선사업용' 현찰도, 그런 돈을 마련할 정치력도 없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이 구제자금 확충을 위해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에 손을 벌림으로써 미국의 '급소'를 건드렸지만, 미국은 유럽을 위해 지갑을 열 생각을 못하고 있다.

자국 재정적자 한도증액을 놓고 연방정부 폐쇄 위기까지 가는 홍역을 치렀던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의회에 유럽 지원안을 제기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또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 대한 `원죄의식'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리스를 포함한 유로존의 위기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분리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유럽 국가들에게 `말발'이 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대외관계협의회(CFR) 소속 세바스찬 맬러비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유럽을 한데 모으는데 도움이 됐던 미국의 리더십은 이제 약화했다"며 "우리는 타고난 '전후(戰後) 지도국'의 손발이 묶인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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