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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미 FTA 여야 합의? 안 돼∼ 안 돼∼!

[취재파일] 한미 FTA 여야 합의? 안 돼∼ 안 돼∼!

여야 합의, 합의 처리라는 것이 진정 머리를 맞대는 협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에서 가능하긴 한 걸까요? 우리 국회를 보면, 여야 합의라는 것은 합의가 필요할수록 원래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듭니다.

'한나라당 하고 민주당 하고 합의 처리 한다고?? 안 돼~, 안 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하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하고 만나, 일단 만나, 만나서 맥주도 마시고, 독실한 신자들이시고, 그래서 서로 얘기가 잘 돼, 어떻게 잘 됐어. 그런데 민주당에서 의원총회를 해~. 그럼 또 김진표 원내대표랑 안 친한 사람들,우르르 다 반대해. 의원총회에서 어떻게 합의안이 통과를 했다고 쳐. 그럼 또 최고위원회의가 열려. 최고위원회의에 국회 밖에 있는 국회의원 아닌 최고위원들이 있다고, 의원총회 못 온 사람들, 그 사람들이 또 반대해! 그럼 또 김진표 원내대표는 머쓱하게 또 딴 얘기 해. 종이에 떡하니 서명하고 해도 그 뿐이야, 안 돼, 안 돼,여야 합의처리는 안 돼, 안 돼~'.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한 개그 프로그램이 생각납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김진표 원내대표와 말이 잘 통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두 분 다 워낙 점잖기로 정평이 난 분들이라 점잖게 웬만한 거면 서로 양보하면서 합의가 되는 모양입니다. 이번 한미 FTA 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회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책임 져야할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이 휴짓조각이라는 겁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했다고 하면 뭔가 귀가 번쩍 뜨여야 할 텐데, 이제는 국회 기자실에서도 "황우여-김진표 합의는 좀 두고 봐야지, 어떻게 뒤집힐지 모르는데"하면서 한 발 떨어져 관망하는 기자들이 대부분이 됐습니다. 아무리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합의했다고 해도 반복되는 민주당의 합의 파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한나라당의 '다 주는' 합의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복지정책 얘기할 때는 그렇게 재정여건을 감안한 선별적 지원이 무슨 절대불변의 진리인 양 외치더니,  '더 이상은 안 된다', '충분하다'고 했던 FTA 지원 대책안들은 줄줄이 야당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쌀 직불금만 해도 원래 기준가의 80% 이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보전해 주던 것을 한-EU FTA 발효를 위해 85%로 완화했었는데, 이번에 90%로 덜컥 또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각종 농민 지원 대책을 민주당에 약속했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정부 측 인사들을 만나, '당신 아버지는 농부 아니냐! 농민들에게 주는 데 뭐가 아깝냐?'며 여야합의안 수용을 압박했다고 자랑스레 말을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어느 직군인들 부모 형제가 종사하지 않는 직군이 있겠습니까?

'독소조항'이라는 ISD '투자자-국가간 소송제' 문제도 그렇습니다. 여야 합의 내용은 "한미 FTA 발효 뒤 3개월 안에 ISD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한미 협의를 시작하고 1년 뒤에 국회에 보고해서, 그 결과를 수용할지 말지 국회가 결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 내용을 두고 'ISD 폐지여부를 논의하는 양국 협상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데만 석 달이 걸린다면서 석 달 이내 협상 시작이 가장 빠른 것이고, 1년 뒤 국회에 보고하자는 것은 총선에서 여야가 국민들의 심판을 받은 후에, 여소야대가 되든, 여대야소가 되는 그 총선 결과에 따라 유리해진 당이 결정권을 갖게 하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미FTA를 발효부터 해 놓고, 19대 총선에서 국회가 다시 짜여지면, 그때 또 논쟁을 하든 말든 나는 모르겠다는 속내로도 읽힙니다.

한나라당은 이제 민주당이 다시 재협상이 불가피한 조건을 들고 나왔으니 더 이상의 절충은 어렵다며 강행처리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 등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들은 그제까지만 해도 한미FTA를 여당이 강행처리한다면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패배한 데 더해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최대한 양보하는 협상을 주도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후 좀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10.26 바로 다음날 홍준표 대표가 '겸허히 민심 수용, 반성, 쇄신'을 말하면서도 ' 한미 FTA 국회 처리 차질 없이 하는 것이 그 출발'이라고 했는데요, 그 '깊은' 뜻을 눈치 챈 걸까요? 국회 폭력 사태 재연으로 재보선의 악몽을 잊어 볼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한나라당 의원들 눈빛에서 보입니다.

민주당도 이젠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이제 와서 무언가를 합의한다면 생뚱맞을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외통위에서 한미FTA를 막아온 것도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된 마당에 민주당이 한미FTA 국회 비준동의안을 몸싸움 없이 '단체 퇴장' 정도로 '원만하게' 처리하려 한다면, 당장 민노당이 야권 통합 논의를 없던 일로 하자고 깨고 나올 태세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으로선 야권연대의 압박을 버틸 재간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바탕 충돌 뿐인가요? 미국의 어느 잡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국회 본회의장 충돌 사진을 올려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쳐 달라고 정중히 항의하기엔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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