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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EX의 꼼수…'방산 수출액 300배 뻥튀기'

[취재파일] ADEX의 꼼수…'방산 수출액 300배 뻥튀기'

2011 ADEX가 폐막됐습니다. 방위산업 전시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중조기경보통제기부터 F-15K, 국산 명품 전차까지 근사한 무기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행사 내내 하늘을 수놓은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T-50을 비롯한 전투기들의 에어쇼도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볼거리가 많은 행사였습니다.

폐막 직후 ADEX 운영본부에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행사기간 동안 '현장'에서 6억 5천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는 겁니다. 7천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그런데 수출계약 규모 계산법이 좀 수상했습니다.

ADEX가 밝힌 6억 5천만 달러는 대략 이렇습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보잉사와 에어버스 A320 윙탑을 계약해 6억 3천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기아자동차 전술차량이 1,800만 달러, 삼성테크윈이 차량탑재형 105mm 자주포 20만 달러 어치를 계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 내부공시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런데 KAI의 경우 10월 14일에 에어버스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ADEX 개막 전에 이미 계약이 끝난 것입니다. ADEX와는 전혀 상관없는 계약이라는 얘기입니다. 또 '윙탑'은 방위산업 제품이 아닌 민간수출용입니다. 방산수출이라는 ADEX의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KAI의 6억 3천만 달러를 빼면 2천만 달러가 남습니다. 수상해서 나머지 두 곳도 방위사업청에 확인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기아자동차 전술차량은 1,800만 달러가 아니었습니다. 180만 달러... 무려 10배 이상 가격을 부풀렸습니다. 삼성테크윈의 자주포 20만 달러만 제 가격이었습니다.

자, 그럼 봅시다. 6억 5천만 달러의 수출액 중에서 KAI의 6억 3천만 달러를 빼고, 기아차의 전술차량 수출액 1,800만 달러는 180만 달러, 삼성테크윈의 20만 달러... 결국 ADEX 2011의 수출액은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결론입니다. 320배가 넘는 액수를 말 그대로 뻥튀기한 셈입니다.

ADEX는 총리 국방장관 지경부장관 국토부장관이 명예대회장을 맡고 KOTRA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장,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는 국가 차원의 행사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방위산업 수출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는 이 시점에 수출액수가 많아지고 국산 무기의 평가가 좋아지고 기술발전으로 이어지면 더 없이 좋은 일이겠죠.

그러나 200만 달러를 판매해놓고 300배가 넘는 액수를 뻥튀기에 겉치레에 급급한 ADEX운영본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한편으론 씁쓸합니다.

안 팔렸지만 국민들에게 국산무기의 위상을 보여주고 해외 인사들을 초청해 국산무기의 우수성과 행사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런 꼼수를 부리지 않더라도 기본에 충실하면 언젠가는 외국에서도 우리 국산무기의 우수성을 인정해줄 날이 오지 않을까요? 마치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액수와 규모에 집착해 망신을 자초하는 국가 행사의 그림자, 성과 부풀리기에 급급한 운영본부의 조급증을 보면서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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