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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쇼트트랙의 계절이 돌아왔다

[취재파일] 쇼트트랙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로야구는 가을 잔치의 열기가 한창이지만, 쌀쌀해진 바람 탓에 벌써 가을이 지나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아침저녁 입김이 나오는 계절의 변화 속에 어느덧 동계스포츠의 시즌이 돌아왔음을 느낍니다. 빙상종목은 대략 10월부터 시작해 그 이듬해 4월까지를 한 시즌으로 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철을 뜨겁게 달궜던 피겨 스케이팅은 올해엔 아쉽게도 그랑프리 시리즈에 김연아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아 관심 밖으로 조금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빙속 3총사가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시즌이 다음달 18일 시작됩니다. 빙상 종목 3인방 가운데 마지막, 우리의 메달밭 쇼트트랙은 지난주 시작됐습니다. 올 시즌엔 전 세계를 돌며 6차례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가 개최되고 이어 파이널과 세계선수권이 차례로 열립니다. 지난주 미국에서 1차 대회가 열렸는데요, 출국 전 태릉 빙상장에서 대표 선수와 코치진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면서 0.01초라도 더  줄이기 위해 링크를 돌고 또 도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우선 남자팀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지난해 우리 남자 쇼트트랙은 노진규라는 새로운 보물을 발굴했습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쇼트트랙은 승부담합 의혹으로 내분을 겪으며 대표 선발 방식 변화 등 잡음도 많았는데요, 이런 우려와 걱정을 한 번에 날리며 대표 발탁 첫 해 고교생 막내로서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한 선수입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어린 선수지만 침착한 레이스 운영과 탁월한 지구력은 대표팀 에이스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말을 걸면 쑥스러워하고 얼굴이 빨개졌었는데, 이제 대표 2년차를 맞으면서 후배도 들어오고 하니 조금 여유가 생긴 모습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체격도 더욱 좋아졌습니다. 허리 쪽에 경미한 부상이 있었는데, 이제는 괜찮다고 합니다. 지난해 얼떨떨한 상황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만큼 올 시즌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합니다. 어리지만 참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선수입니다.

노진규 선수와 함께 올 시즌 남자 대표팀을 이끌어갈 선수는 곽윤기 선수입니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톡톡 튀는 세리머니로 큰 인기를 모았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후 짬짜미 의혹으로 6개월 징계를 받았고, 올해 대표팀에 복귀했습니다. 함께 징계를 받았던 이정수 선수와 조금 서먹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이제는 사이가 많이 좋아진 모습입니다. 원래 워낙 친했던 사이라 앙금을 풀고 함께 격려하며 운동하는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곽윤기 선수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영리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독하게 훈련했다고 코칭스태프는 입을 모읍니다. 대표 선발전 1위로 복귀한 만큼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또 대표팀 후배 노진규 선수와 선의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훈련했다고 합니다. 월드컵 참가 직전 스케이트화에 조금 이상이 생겨 급하게 수리했는데 노련하게 1차 대회를 치렀습니다.

                

여기에 백전노장 이호석 선수와, 밴쿠버 올림픽 2관왕 이정수, 그리고 고교생 신예 신다운 선수 등 5명이 남자팀을 이뤘습니다. 남자대표팀은 올 시즌 드림팀이라 부를만 합니다. 박세우 대표팀 감독도 올 시즌 남자팀 전력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안정적이고 최상의 조합이라고 평가합니다.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세 명의 선수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노진규, 여기에 신다운의 패기가 합쳐져 500미터를 제외한 1000미터와 1500미터 계주에서는 모두가 우승권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여기서 얼짱 쇼트트랙 스타 성시백 선수 근황이 궁금한 분들 계싵텐데요, 지난해 대회마다 넘어지는 지독한 불운 속에 올 시즌엔 발목 부상을 치료하며 개인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심리학 논문도 쓰며 공부까지 병행하고 있는데요. 곧 링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이제 여자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은별 선수의 복귀가 반갑습니다. 이은별 선수는 대표 선발방식이 타임레이스로 바뀌면서 지난해 대표 탈락의 아픔을 겪었는데요, 태극마크를 되찾은 올해 동계유니버시아드 3관왕에 오르며 훈련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져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 못한데요. 전반기 갑작스런 햄스트링 부상에 이어 여름엔 학교 수업을 가다 그만 벌에 머리를 쏘여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1차 대회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최근 무릎을 다쳐서 시즌 초반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지 미지수라고 합니다.

그래도 맏언니 조해리가 있기에 든든합니다. 조해리 선수는 전형적인 대기 만성형 선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86년생 여자 선수에게 죄송한 이야기지만) 능력이 더 빛을 발하는 선수입니다. 물론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뜻입니다. 막내 김담민 선수와는 9살 차이가 나지만 훈련장에선 남녀 선수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조언하고 친동생처럼 분위기를 이끌어갑니다. 조해리 선수가 있기에 대표팀의 팀워크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고 평가할 정돕니다. 현명한 선수이기에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펼칠 거라 기대합니다.
 

여기에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고교생 김담민 선수와 올림픽에 출전했던 최정원 선수, 대학생 손수민 선수가 여자대표팀을 이룹니다. 여자팀은 올 시즌에도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변수는 왕멍 선수입니다. 얼마 전 폭행 사건에 휘말려 대표팀 퇴출의 중징계를 받았던 왕멍이 내년 중국 전국 체육대회 출전을 목표로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에선 올해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4차 월드컵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중국의 조우양이 건재한 만큼 왕멍이 복귀할 경우 여자팀에겐 힘든 시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최고의 실력을 선보인 미국의 캐서린 로이터 역시 우리 선수들에겐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
 

남자팀에게도 변수가 있습니다. 러시아 대표로 발탁된 안현수 선수입니다. 안현수 선수는 이르면 오는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3차 대회부터 출전할 예정입니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진출 이후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장권옥 감독과 최광복 코치가 해고됐는데요, 장 감독은 미국 빙상스타 샤니 데이비스를 키워낸 명 지도자이고, 최 코치는 밴쿠버 올림픽 당시 우리나라 여자팀을 이끌며 체력 훈련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코치입니다. 해고 이유로는 러시아 쇼트트랙 연맹과의 갈등설과 장 감독을 영입한 세력과 반대파 사이의 알력 다툼 등 여러 설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장 감독과 최 코치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우리 대표팀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4 소치 올림픽을 목표로 쇼트트랙 종목 강화를 노리는 러시아가 안현수와 함께 할 지도자로 누구를 선택할 지 관심입니다.

지난 주 끝난 1차 대회에서 남자팀은 곽윤기가 1000미터 금메달, 노진규가 1500미터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팀은 이은별이 1500미터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빅 이벤트가 없는 올 시즌이지만 소치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볼 때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즌입니다. 올 시즌이 끝나도 변함없이 쇼트트랙 강국의 위치를 지켜갈 대표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2차 대회는 이번 주말 캐나다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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