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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또 '이메일 파문'인가

[취재파일] 또 '이메일 파문'인가
'또 법원의 <이메일 파문>인가' 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최근 대법관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린 서울중앙지법의 A판사가 같은 학교 출신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낸 이메일이기에 원문을 옮기는 대신 취지만을 전하겠습니다.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내년에는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대법관 후보는 7명이었습니다. 그 중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보영 변호사 등 2명이 최종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됐고요. A판사는 그러나 대법관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었지, '7명 엔트리'에 들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학교 출신 판사들에게 '죄송하다'고 보낸 이유였습니다.

A판사의 이메일은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 논란이 될 듯합니다. '성원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그렇습니다. A판사와 메일을 수신한 판사들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메일까지 보낼 정도라면 상대방이 '대법관이 꼭 되셨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넘어 그 이상의 '활동'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메일을 수신한 판사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입장이 어떠했는지 잘 알겠지요.

메일을 수신한 판사들이 A판사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것도 논란의 중심에 서있을 법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A판사나 그를 대법관 후보에 올리기 위해 동문 판사들이 아무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칩시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어른거리는 '학연'의 그림자는 당혹스러울 따름입니다. A판사가 동문인 모든 판사에게 이메일을 보낸 게 아니라 특정 동문에게만 보냈다는 점에서 '사전 후보 운동'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올 만합니다. 대법관 후보가 실력이 아닌 '학연'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A판사는 28일 오전 8시반쯤 건 제 전화는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자와는 통화가 돼 해명을 했는데, 본인도 메일 내용이 알려져서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서 '촛불시위에 대한 이메일 개입 논란'을 빚었던 신영철 대법관이 떠오르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입니다. 신 대법관의 메일 한 통이 재판부의 독립성을 얼마나 훼손하는 일이 됐는지 역사가 평가하듯이, A판사의 메일 한 통도 '법원도 이합집산의 정치적 조직'일 수 있다는 이미지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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