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사소한 사건이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죠. 살다보면 정말 한 순간의 일이 나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습니다. 훗날 올 여름에 논란이 되었던 강변 테크노마트의 흔들림 현상도 나비효과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하나의 예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여름. 강변 테크노마트의 건물 흔들림 현상이 감지되었다고 했을 때 사실 그렇게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대형 복합건물에서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흔들림 현상을 감지하고, 관할구청은 강제 퇴거령까지 내렸다는 점에서 '보도가치'는 충분했었죠. 특히나, '삼풍 백화점'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시점에서는요.
하지만, 기자가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리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습니다. 가끔 육교를 건널 때 육교가 아래위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소위 주변의 진동수와 건물 고유 진동수가 일치할 때 발생하는 '공명' 현상이죠. 당시에 저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건물 흔들림의 가장 큰 원인을 '공명'현상으로 내다보다는 기사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부실 건설 의혹, 매립한 곳 건설해 지반이 약하다는 의혹, 심지어 근처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건물에 피트니스센터가 있어서 흔들렸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피트니스센터가 있는 다른 건물들은 왜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느냐는 반문에 큰 이목을 끌지는 못 했습니다.
긴급 안전진단 이후 '이상없음'을 진단받고 강변 테크노마트는 재개장했습니다. 그런데 영업이 예전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흔들렸다=불안하다'라는 인식이 생긴 건물이 잘 될리가 없겠죠. 테크노마트에 입주한 사람들은 참담했을 겁니다. 국내 최대의 주상복합 건물이라서 부푼 꿈을 가지고 비싼 임대료에, 비싼 권리금까지 주고 들어왔을텐데요.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 뒤 발표된 흔들림 현상 원인은 사람들을 더 당혹스럽게 했을 겁니다. 12층 피트니스 센터에 있던 태보체조가 원인이라는 발표였습니다.
상인들은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면서 아래 상가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입주한 건물에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 것이 매출향상에 기여할 것이고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피트니스 센터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죠.
회원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운동하러가서 신나게 운동했을 뿐인데 그것이 사회를 한동안 소란스럽게 만든 원인이 될 줄이야. 그것도 무거운 바벨을 떨어뜨려서도 아닌 태보체조가 원인이 되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뒤 일어난 일은 더욱 예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건물 흔들림 현상이 나타난 게 7월이니까 10월은 겨우 석 달만이네요. 피트니스 센터 사장이 잠적해 버렸습니다. 피트니스 센터는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문을 닫는다'고 회원들에게 문자 한통 남기고 사장은 피트니스 센터 문을 정말로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출입구에 건물 흔들림 현상 이후, 영업이 어려워졌다는 공지문만 한 장 붙여놓았죠. 대개 회원들은 1년치 회원비를 한꺼번에 내기 때문에 남은 기간 만큼의 돈을 날려버렸습니다. 황당 그 자체겠죠.(취재결과 해당 피트니스 센터는 올해 초부터 영업이 어려워 관리비를 못 낸지가 오래됐다고 하니 건물 흔들림 현상 이후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입주 상인들의 영업이 어려워지고, 피트니스 회원들의 회원비가 날아가고, 테크노마트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모두 다이어트 운동으로 인기를 끌었던 태보체조에서 파생된 결과입니다. 누구도 이러한 결과를 낳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잠적한 피트니스 센터 사장은 아마 피트니스 센터에 태보체조장을 만든 것을 뼈져리게 후회하고 있겠죠. 하지만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을.
아직 제 나이가 어리지만, 제 삶을 뒤돌아 봐도 나비 효과의 연속이었던 것같습니다. 제가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될지는 불과 작년까지도 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입학 이후 다른 것을 해보려고 '용'을 쓰다가 그게 잘 안되던 차에 친구 자기소개서를 봐주다가 덜컥 원서를 접수해 버린 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이지요.
바빠서 못 받은 전화 때문에 인연이 끊어지기도 하고, 굳이 필요없는데 받은 전화에 피해를 입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경험했을 이러한 사소한 행동의 결과들. 그렇다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데 미리 대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딱히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냥 순간순간에 충실하면서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낳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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