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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례식장 검은 사슬 어디까지

[취재파일] 장례식장 검은 사슬 어디까지

삶의 끝. 살아서든 죽어서든,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하는 장례식장. 이전까지 장례식장은 '죽은 자'의 공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고인을 위한 엄숙함과 유족들의 슬픔이 지배하는 장소. 속세의 돈 욕심도 여기서만큼은 잠시 쉬어가는, 간이 정거장 같은 곳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장례식장 역시 '산 자'들의 치열한 생존투쟁 현장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죽은 자는 단지 돈벌이를 위한 수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돈 되는 시신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장례업자들은 경찰들에게 뒷돈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장례 한 번에 얼마나 번다고 이런 일까지 벌이는 건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사실에 접근하려면 먼저 변사처리 절차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변사한 시신이 발견되면 먼저 지구대 경찰관이 나와 현장을 보존합니다. 그리고 관할 경찰서 형사팀과 감식반을 부릅니다.

그런데, 실제 취재하려고 현장에 가보면 병원 구급차가 경찰보다 먼저 와 있거나, 시신이 가까운 대형병원이 아니라 더 먼 중소병원 장례식장에 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 특정 장례식장에 먼저 연락해주고 시신 한 구당 수십만 원을 받는다는 의혹이 있어 왔는데, 이번 검찰 수사로 확인이 된 겁니다.

대형병원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은 중소병원 장례식장의 경우, 이런 변사사건을 접수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한 중소병원의 경우 빈소의 80%가 변사한 시신으로 채워질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집이나 요양원에서 자연사 하는 시신은 보통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중소 장례식장은 변사 시신으로 빈소를 채우는 겁니다.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직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엔 장례 지도사들이 병원과 임대계약을 맺고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실률이 높으면 임대료를 내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중소 장례식장 입장에선 변사한 시신이 일반 시신보다 훨씬 큰 수익을 안겨줍니다. 중소 장례식장 기준으로, 음식 값 등을 빼고 일반 시신의 장례비용은 250만~350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변사 시신의 장례비용은 350만~450만 원, 시신 상태에 따라선 1천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변사 시신의 경우 일반 시신보다 돈 들어가는 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망 현장에서 시신을 데려오는 현장 작업비(30만~50만 원)가 있습니다. 만일 산에서 자살하거나 떨어져 죽은 경우, 현장 작업비는 100만 원 가까이까지 올라갑니다. 만일 실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면 소위 '집 청소 비용'이란 게 있습니다. 시신 때문에 썩었거나 혈흔이 묻은 부분을 알코올로 닦아주는 겁니다. 이 비용은 면적에 따라 10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까지 받습니다.

또 추락사 등으로 시신이 훼손됐을 경우 봉합비용도 들어갑니다. 시신 상태가 양호하다면 수십만 원 정도지만, 상태가 참혹할 경우 수백만 원대까지도 나옵니다. 한 장례 지도사는 변사 시신 한 구에 1천2백만 원까지 받아봤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렇다 보니 중소 장례식장에선 변사 시신 모시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유족들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진 알 수 없고 경황도 없습니다. 일부 장례식장은 이를 악용해 비용을 부풀려 많은 이득을 챙깁니다. 경찰에 주는 뒷돈 역시 모두 유족들에게 부풀려 받은 돈으로 마련합니다. 이렇다 보니, 유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한 번 울고, 턱없이 높은 장례비용에 두 번 울게 됩니다. 일부 장례식장에선 이렇게 턱 없이 높은 장례비용을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해, 거액을 탈세한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장례식장 비리의 파문이 커지자 경찰청은 장례식장을 정할 때 유족들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장례식장 순번을 정해 공평하게 시신을 보낸다는 변사 처리절차 개선방안을 내놨습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점. 과연 장례식장이 뒷돈을 주는 곳은 경찰뿐일까요. 변사를 미리 통보해주거나 장례식장을 선정할 수 있는 곳은 경찰 외에도 몇 군데가 더 있습니다. 장례식장 업자들은 경찰은 '관리대상' 중 일부일 뿐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합니다. 이번 사태가 경찰의 자정노력에서 그치지 않고, 보건복지부 차원의 전반적인 점검으로 확대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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