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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F1코리아그랑프리- 'F1 새 황제'의 대관식

[취재파일] F1코리아그랑프리- 'F1 새 황제'의 대관식

지난 16일, F1코리아그랑프리 결승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한 세바스티안 페텔(독일)은
우승을 확정한 직후 팀 스태프들과의 무선 교신에서 "예스! 예스! 예스!"를 외치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과 각종 인터뷰에서도 "환상적(Fantastic)!"이라는 단어를 연발했습니다.

페텔은 지난해 첫 코리아그랑프리 때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결승에서 막판까지 선두를 달리다 불과 9바퀴를 남기고 엔진 고장으로 기권한 아쉬운 기억이 있는 만큼 올해 우승의 기쁨이 더 컸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번 우승이 페텔에게 특히 중요한 이유는 올시즌 10승째라는 점입니다.

                 

시즌 10승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60년이 넘는 F1 역사상 한 시즌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드라이버는 두 명 뿐입니다. 바로 'F1 황제' 슈마허(2002년 11승, 2004년 13승)와 페텔입니다. 슈마허는 33세에 처음 10승 고지를 밟았고, 페텔은 올해 24살입니다. (1987년 7월3일생)

페텔이 올시즌 남은 세 번의 대회를 모두 우승한다면 슈마허의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됩니다. 16개 대회에서 10승을 수확한 페텔의 기세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 있죠. 현장에서 페텔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아, 이 친구는 정말 레이싱 자체를 즐기는구나'라는 겁니다. F1 머신 안에서의 압도적인 모습과 달리 평상시의 페텔은 그저 20대 초반의 장난기 넘치는 청년입니다.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의 팀 동료 마크 웨버와는 많이 다릅니다. 결승 전날 인터뷰 때도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이 재미있고 기대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1987년 독일 호펜하임에서 태어난 페텔은 유년시절 마이클 잭슨과 같은 유명한 가수를 꿈꿨습니다. 그러다 8살 때 누나 손에 이끌려 처음 카트를 타본 뒤 모터 레이싱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의 우상은 슈마허로 바뀌었습니다.

14살 때 독일 카트 챔피언에 오른뒤 포뮬러 BMW, F3를 거치며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페텔은 2007년 미국 그랑프리에서 F1 데뷔전을 치렀고, 2008년 첫 승을 신고한 뒤 2009년부터 레드불 레이싱팀에서 뛰면서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2009년 4승에 이어 2010년에는 5승을 거두며 역대 최연소 시즌 챔피언이 됐고. 2011년엔 2년 연속 종합 우승과 함께 두자리 승수를 달성했습니다.

                

페텔의 우상인 슈마허도 자신의 후계자를 챙겨주는 모습입니다. 두 선수는 같은 독일 출신이기도 한데, 슈마허는 지난해 코리아 그랑프리 때 자신의 전용기에 페텔을 함께 태우고 왔고, 얼마 전엔 페텔이 자신의 팀원들과 벌인 파티에 찾아가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슈마허는 "진정한 1위의 모습을 보여준 세바스티안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찬사를 보냈고, "처음으로 챔피언에 올랐던 1994년 당시의 나와 지금의 페텔이 맞붙는다면 승패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싸움(tough fight)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슈마허가 우승을 독차지하던 시절 'F1의 엔딩곡은 독일 국가'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시상식때마다 우승 선수의 국가가 연주되기 때문이죠.  이젠 페텔 덕분에 전세계 F1팬들은 앞으로도 한참 더 독일 국가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시즌 챔피언 7회, 통산 91승에 빛나는 슈마허와 현재의 페텔(시즌 챔피언 2회, 통산 20승)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페텔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 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선수입니다.  이제 'F1 황제'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슈마허의 전유물은 아닌 듯 합니다.

내년 한국 대회는 10월12일부터 사흘 동안 전남 영암 F1경주장에서 열립니다. 'F1의 새 황제' 페텔이 얼마나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한국땅을 찾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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