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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미 정상회담을 뒤집어보면…

[취재파일] 한미 정상회담을 뒤집어보면…
#1.  미국 역사상 최초 외국 원수에게 미 합참의장 상황실 개방

미국 국방부 건물, 즉 펜타곤에는 탱크룸이라는 곳이 있다. 미국 합참의장이 전 세계에 배치된 사령부로부터 상황보고를 받는 심장부다. 이곳을 이 대통령에게 개방했다. 그것도 합참의장이 탱크룸에서 보고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외국 국가원수가 탱크룸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고, 당연히 여기서 상황보고를 받은 것도 세계 최초다.

#2.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미 펜타곤 방문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펜타곤을 방문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펜타곤은 미국 국방부 건물이다. 한미 안보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알렸다.

#3.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13년만에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13년만에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을 했다. 역대 최고 수준인 45번의 박수를 받았다.

#4.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2번째 한국어 의회 연설

이 대통령은 의회에서 연설을 하면서 한국어로 했다. 지금까지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한 역대 대통령은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렇게 모두 4명인데 우리말로 연설한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 뿐이었다. 청와대는 한국어의 우수함과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은 의도였다고 한다.

                   



#5. 미 의회 역사상 2번째로 FTA 비준안 신속처리

미국 의회는 이명박 대통령 방미 전 한미 FTA 비준안을 아주 이례적인 속도로 속전속결 처리했다. 회기일수로 6일만에 처리됐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모로코와의 FTA 이후 2번째로 단기간 처리 기록이다. 의회에 제출된 지 4년 4개월만에 이뤄진 최종 승인이었지만, 안건 처리에 걸린 기간은 고작 6일에 불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미 의회가 초당적 협력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 오바마 대통령, 한식당서 만찬 주재···디트로이트 방문도 이례적 동행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날 만찬 장소를 백악관이 아닌 워싱턴 DC 인근 한식당을 골랐다. 경호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래옥이라는 식당에서 이 대통령과 친근한 저녁시간을 가졌다. 두 사람의 우의는 더욱 부각됐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다음날 이 대통령은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미국은 국빈 방문하는 국가원수에게 미국 내 도시 1곳을 방문하는 일정을 제공한다. 이 때 미국 대통령은 동행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원칙도 깨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함께 디트로이트를 방문하는 파격 대우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그야말로 파격 일색이다. 소개한 6개 장면 이외에도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을 글로벌 이슈를 함께 대처해 나갈 글로벌 파트너로 인정했다. 국제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로 인정받는 나라로 꼽자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정도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그 반열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겠다. 대단한 일이다. 반백 년이 조금 넘는 역사 동안에 대한민국 국민이 일궈낸 쾌거다.

하지만, 여기선 조심스럽게 그 결과를 뒤집어 보고자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냉엄한 외교 현실을 염두에 두고 하나하나 한번 되짚어 보자.

# 1. 디트로이트 방문

오바마는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의 미국 도시 순방일정도 동행했다. 이 대통령이 방문한 도시는 디트로이트다. 디트로이트는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GM이 있는 자동차 도시다. 두 정상은 GM공장을 방문해 한미 FTA가 두 나라 발전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오바마가 왜 디트로이트를 동행했을까. 미국은 고도의 실업률로 대표되는 경제난을 겪으면서 미국 산업의 대표주자였던 자동차 회사들이 휘청거렸다. 초기 한미 FTA가 미국 자동차 업계로부터 미국 시장 잠식으로 인한 실업자 양산이 우려된다며 미국 내 반대 여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실업난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하는 오바마로서는 한미 FTA는 절체절명의 해결과제였고, 한미 FTA로 인해 성장이 기대되는 - 덩치만 큰 미국차가 한국에서 팔릴 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 현장에 가서 FTA 조약 통과를 자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선이 위태로운 오바마로서는 FTA 당사국 원수인 이명박 대통령과 디트로이트를 같이 방문하는 것이 절대로 손해볼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2. FTA 미 의회 속전속결 통과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 의회 FTA 통과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엄격히 분리돼 있다. 특히, 행정부는 국무부 등 세계 1등 국가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미 의회는 상대적으로 자국내 이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들을 뽑아줄 사람이 미국 국민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미 FTA가 미국에 손해라는 여론이 높았다면 어땠을까. 과연 미 의회가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그렇게 속전속결로 처리했을까.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니까 선물로 FTA를 처리해줬을까. 오바마가 압박한다고 FTA를 처리해줬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최소한 현재로서는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상원에서는 토론시간도 줄이고서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하는데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3.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이 역시 FTA와 맞물려 있다. 미 상원과 하원은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 방문 선물(?)로 FTA를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이 대통령도 의회 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FTA의 승인과 그로 인한 한미 경제동맹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 상하원이 그렇게 이례적으로 FTA를 처리했는데 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결과로 이 대통령이 떠안은 것은 한국 내 한미 FTA처리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믿는다면서 우회적으로 조속 처리를 압박했다.

#4. 펜타곤 & 탱크룸 방문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펜타곤을 방문했고, 미 역사상 최초로 탱크룸에서 보고를 받았다. 한미 안보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북핵 등 동북아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재천명했다. 한반도 안보에 가장 중요한 안전판이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다.

그러나 눈여겨 볼 것은 시점이다. 지금 미국은 급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고심이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규모 면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문제는 군사적인 분야다. 최근 자체 개발한 스탤스기를 선보이는 등 중국의 안보력이 양과 질 면에서 동시에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이웃한 중국과 동맹국가인 미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동북아를 발판으로 중화사상을 펼치려는 중국과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놓칠 수 없다는 미국 사이의 전선이 자연스럽게 한반도 주변으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이 확실하게 미국과 안보 동맹국가로 천명해주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가.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유연한 외교전을 펼쳐야 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 기간동안 편가르기를 지나치게 명확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군다나 이 정권 들어서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나빠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5. 글로벌 파트너 인정

글로벌 파트너 인정도  짚고 넘어가볼까 한다.  한미 정상은 리비아 재건 사업에 공동 협력하기로 합의했고, 아프간 파병과 같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한 국제적 현안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동북아 문제만이 아니라 글로벌 이슈 해결에 한국을 동반자로 여긴 것은 한마디로 '격상'이라고 해도 무관하다. 하지만, 이 역시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달갑지만은 않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미국 대사는 우리 정부에게 아프간 재건사업 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뜻을 전달했다. 매년 1억 달러씩 5년간 총 5억 달러를 부담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우리돈 6천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이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서 한푼도 깎지 못하고 5억 달러를 그대로 지원하기로 예산을 책정했다.

미국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 철군을 결정한 이유도 결정적으로 돈 때문이다.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한국은 미국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부담을 덜어줄 만만한 친구인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리비아 재건 사업에 한국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마냥 근거없다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제 외교에 있어서 공짜는 없다. 분명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후한 대접을 받으면 후하게 대접해 줘야 한다. 이 글이 너무 지나치게 회담 결과를 비틀어 보았을지도 모른다. 한미 동맹은 우리에게 있어서 아직 사용가치가 충분한 계약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융숭한 특별 대우가 너무 무비판적으로 다뤄지고 있어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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