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아파트 옆 '쓰레기 산'…소송 때문에 처리 못해

<8뉴스>

<앵커>

수천 세대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는 곳이 있습니다. 쓰레기 썩는 냄새에, 또 먼지에 주민들은 2년째 고통받고 있는데, 도대체 왜 못 치우냐고 물어봤더니 이유가 참 황당합니다.

김요한 기자입니다.



<기자>

택지 개발이 한창인 마곡지구.

도로 옆 담장을 들어서니 반쯤 덮인 녹색 천이 보입니다.

어설프게 덮인 이것은 모두 쓰레기.

건축폐기물과 생활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이곳에 쌓여 있는 쓰레기는 약 2만t, 25t 트럭으로 800대 분량입니다.

악취와 먼지가 끊이질 않고, 쓰레기에서 나온 가스가 폭발해 십여 차례 화재가 나기도 했습니다.

인근 8900세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정희/인근 주민 : 유리창을 열어 놓을 수도 없고 빨래를 해놓아도 빨래가 깔끔하게 되지도 않고, 매캐한 냄새 때문에 상당히 불편합니다.]

쉴새 없이 흘러 나오는 침출수.

전문기관에 의뢰해 수질을 검사해봤습니다.

기준치의 3배가 넘는 페놀류, 27배가 넘는 암모니아성 질소 등 오염 정도가 심각했습니다.

쓰레기가 방치된 건 2년 전부터 영업 중이던 폐기물 처리업체가 땅주인인 SH 공사의 이전 보상비 2억 원이 적다며 소송을 냈기 때문입니다.

해당 업체는 SH와 싸우는 2년간 당초 허가량의 20배가 넘는 쓰레기를 불법으로 쌓아놓고 버텼습니다.

[한명학/SH 공사 보상팀장 :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으나 폐기물 이전 및 소송으로 인해서 그동안 처리하지 못 했습니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 쓰레기에 손을 못 댔다는 건데,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단 반응입니다.

[설현천/변호사 : 소송이 진행 중인 토지라고 하더라도 가처분이나 사무관리 등을 통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률적 방법이 마련돼 있습니다.]

그렇게 2년의 소송 끝에 지난 9월 SH 공사가 이겼지만, 해당 업체는 부도가 났습니다.

결국 SH 공사는 제돈 28억 원을 들여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꼼꼼한 검토없이 소송에만 몰두한 2년 동안 애먼 주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이승희, 자료제공 : 강서소방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