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 용산역 일대를 국제적인 업무·상업·문화·주거시설로 복합 개발한다는 계획은 지난 2006년 8월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서 확정되면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07년 6월 코레일과 서울시의 합의로 용산역 철도정비창 이전 부지뿐 아니라 서부이촌동과 통합해 한강변까지 연계해 개발하기로 하면서 사업규모가 더욱 커졌습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청사진이 제시된 2007년 당시만 해도 부동산 시장은 최고의 활황기였습니다. 땅값만 8조 원에 이르렀지만 충분히 수익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2007년 11월 프라임개발-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돼며 용산에 대한 기대는 최고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08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원래 이 사업의 부지 소유자인 코레일은 부지를 네 덩어리로 나눠 2010년까지 6번에 걸쳐 총 8조 원의 토지대금을 받기로 계약이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3월 용산역세권개발이 코레일에 약속한 중도금 9천8백억 원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중단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도 다시 협상이 있었으나 결국 2011년까지 3회 연속 토지대금이 연체되기에 이릅니다.
게다가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토지 중도금 납부를 준공 때까지 연기하고 용적률을 올려주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하자 코레일이 '사업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맞서면서 사업은 파국으로 치닫는 듯 했습니다. 특히 삼성물산이 지난해 8월 9천 500억 원의 지급보증을 해달라는 중재안마저 거부하고 개발사업의 경영권을 내놓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1년 가까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이 사업이 극적으로 재개된 것은 지난 7월 코레일의 양보로 정상화 방안이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코레일은 정상화 방안을 통해 납부 시기를 완공된 시점인 2015과 2016년으로 늦춰주고 토지대금에 대한 분납 이자 1조 3천억 원을 감면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시행사가 2013년 말에 분양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여 토지대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코레일이 4조 2천억 원 상당의 100층 높이 랜드마크 빌딩을 선매입하기로 전격 결정합니다. 코레일이 이 건물이 탐이 나서 산 것은 아닙니다. 현재 9조 원 가까운 부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당장 돈이 없는 코레일은 철도기지창을 8조 원대에 팔아 부채를 줄이려는 것이 목표입니다.
랜드마크빌딩 선매입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일단 코레일이 토지대금 미납액을 깎아주는 식으로 8천억 원의 계약금을 지불합니다. 잔금 3조 4천억 원에 대해서는 완공 시점 쯤에 지불하기로 돼 있는데 그전에 매출채권이란 것을 시행사에 줍니다. 즉 다 지어지면 그때 잔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채권을 시행사에 줌으로써 시행사가 그 채권을 은행에 가져가 돈을 빌려오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코레일이 용산역세권개발에 돈을 주지 않으면서 빚 보증을 서는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업이 만약 잘못될 경우의 부담을 코레일이 떠안은 것입니다. 코레일은 나중에 랜드마크빌딩을 누구에게든 팔 생각이라고 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보통 이런 큰 공사는 자금여력이 있는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해서 시행사의 대출을 도와줍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레일은 포기해 지급보증 없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지난 11일 기공식 기념사에서 "코레일이 다 양보하고 인내하고 부담을 떠안아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시행사가 확보한 자본금은 1조 원입니다. 1조 원을 가지고 30배 규모의 거대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코레일에게서 받은 랜드마크 빌딩의 매출채권으로 약 3조 원을 금융권에 빌려올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공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제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호텔, 쇼핑몰, 주택 등 대형건물을 일단 선매각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리고 내후년인 2013년 말에 분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빌딩이 지어지기 전에 사겠다는 전주가 나타나야 합니다. 2013년에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상가, 오피스를 분양받겠다는 이들이 나타나야 합니다. 이렇게 25조 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여야 계획대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부담은 코레일이 떠안는 구조입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분양률이 100%, 80%, 50% 각각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잘만 되면 코레일은 부채 없는 건실한 공기업이 되고,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거두겠지만 사업이 잘 안 될 경우 코레일이 부담을 떠안고 이는 곧 정부의 부담이 되고 국민의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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