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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무바라크 이후 최대 유혈사태

이스라엘 경찰 '팔' 주민 가혹행위 동영상도 공개

[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무바라크 이후 최대 유혈사태

안녕하십니까? 카이로입니다.

시민혁명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이집트 하원의원 선거가 다음달 하순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후보등록이 시작됐는데요, 난립한 정당들, 그리고 종교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 무바라크 퇴진 이후 최악 유혈 사태…300여 명 사상

               



이 곳 시간으로 지난 9일, 일요일 저녁이죠. 무바라크 퇴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사태의 발단은 이집트의 소수종교인 콥트교도 수천 명이 카이로 시내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는데요, 이들은 최근 이집트 남부 아스완에서 건축 중인 콥트 교회가 공격당하자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가 불어나고 이들이 시내 국영방송국 건물 근처까지 진출하자 진압에 나선 군 병력이 실탄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시위군중 사이로 장갑차를 돌진시키면서 거칠게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가 더 흥분하기 시작했고요. 시위대는 투석전을 벌이고 군 수송차량등에 불을 지르며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또 일부는 무기를 탈취해서 군 병력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일부 이슬람주의자들이 가세해 콥트교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시내 전체에서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모두 26명이 숨졌는 데, 대부분 콥트교도들이고요, 3백 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집트에 이슬람교가 전파되기 훨씬 전인 로마시대 때부터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해 온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도들은 현재 이집트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이슬람이 이집트의 국교가 된 11세기 이래 갖은 핍박과 차별을 겪어 왔는데요, 사회적 불만이 쌓여 있던 상황에서 무바라크 정권을 붕괴시킨 시민혁명 과정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혁명 과정에서 반 무바라크라는 목표 아래 뭉쳤던 이슬람 세력이 혁명 이후 이슬람 국가 건설 등의 정치적 목표를 내걸고 근본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면서 이들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군 과도정부가 종교 갈등을 부추겨서 사회혼란을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과도정부의 집권 연장을 꾀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 이집트 치안 악화…절도, 강도 사건 급증



이처럼 시민혁명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카이로를 비롯한 이 곳 이집트의 치안 상황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집트 이스마일랴의 한 식당가 거리. 차에서 내린 한 남자가 주차된 고급 지프차 안을 유심히 살펴 봅니다. 잠시 뒤 이 남자와 일당은 차를 고치는 척 하더니, 스패너로 지프차 뒷 유리를 부숴 버립니다. 그리고는 차 안에 있던 노트북과 서류 가방 등을 훔쳐 유유히 사라집니다.

교민들이 모여 사는 카이로 외곽의 한 주택가에선 최근 한국산 승용차 7대가 한꺼번에 도난당했습니다.

시민혁명 이후 발생한 차량 도난 사건만 무려 만 천여 건에 달하고 최근엔 시민혁명 때 탈취된 총기들이 범죄조직의 손에 넘어가면서 무장강도 사건도 9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치안 불안은 가뜩이나 어려운 이집트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관광수입은 물론 외국인 투자까지 급감하고 있습니다.

3. 이스라엘 경찰, '팔' 주민 학대 동영상 공개



팔레스타인 독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이번엔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대하는 장면이 담긴 화면이 공개돼 아랍권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베들레헴 남부의 한 팔레스타인 가족의 집에 이스라엘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이 집안에 있던 젊은이 두 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임신한 여성과 18개월짜리 여자 아이에게 최루액까지 뿌리고 거칠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잡혔습니다.

이스라엘 경찰들이 왜 이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연행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 승인을 유엔에 요청한 이후로 이스라엘 정부와 우익세력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갈릴리 지방의 모스크가 불타고 우익세력이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하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4. 만평 몇 가지 보실까요?

최근 종교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이집트의 상황을 묘사한 만평입니다. 시민혁명 승리를 상징하는 'v'자를 표시한 손가락 끝에 콥트 기독교의 십자가와 그리고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모스크의 미나렛이 그려져 있습니다. 혁명으로 독재권력은 물러났지만 종교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이집트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민혁명 이후 악화된 치안 상황을 보여주는 만평인데요, 길에 주저앉은 서민이 이집트 경찰의 바지를 부여잡고 제발 다시 안전을 되찾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만평은 30년간 억눌렸던 민중들의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무기력한 대응으로 신뢰를 잃고 있는 이집트 과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시민들의 요구에 자신들은 호의호식하면서 예산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관료의 입가엔 웃음기가 가득합니다.

최근 카이로 도심 곳곳엔 시민혁명 이후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빗댄 만평인데요,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 관료가 쓰레기를 치우면 가난한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겠냐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시절 국민의 혈세로 배를 불리고 부당한 방법으로 자식들에게도 엄청난 부를 물려줬던 권력자들이 보신 만평처럼 뻔뻔한 변명과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구 체제 인사들에 대한 재판과 단죄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식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들어선 한국은 어떻습니까?

카이로 브리핑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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