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변화가 거의 없어 조용한 가을 오후에 전국민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사진 한 장이 TV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울릉도 인근바다에서 찍힌 이 사진 속에는 강한 회오리 바람이 만들어낸 깔대기 모양의 구름이 선명하게 나와 있었는데요, 마치 무엇인가 바다에서 빨아올리는 듯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용오름이라고 이른 지워진 이 자연현상은 자주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이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어려운 용어가 등장해 다소 어렵다면 갑자기 발달한 먹구름에서 강한 회오리바람이 일면서 구름이 땅이나 바다까지 깔때기모양처럼 길게 내려온 것이고 생각하면 됩니다.
커다란 규모의 용오름 현상을 자주 볼 수 없지만 마음막 먹으면 아주 작은 용오름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접시의 중심에서 젓가락을 이용해 강하게 몇 번 돌리면 바로 물살이 깔때기 모양으로 접시 속으로 파고 드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 소용돌이가 용오름 현상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용오름 현상은 왜 생길까요?
용오름의 정체를 캐기 위해서는 토네이도에 대한 분석이 꼭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용오름이 생기는 과정과 토네이도가 생기는 과정이 같기 때문입니다. 깔대기 구름이 바다에서 나타나면 용오름이라고 하지만 육지에서 나타나면 토네이도라고 합니다.
용오름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기가 몹시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지상의 공기는 따뜻한데 상층에 몹시 차가운 공기가 확장하면서 두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데요, 이런 충돌은 강한 먹구름을 발생시키고 이 먹구름에서 발달한 흡입성 소용돌이가 지면이나 바다를 향하게 되는 것이죠.
용오름이나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발달한 먹구름(적란운)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낙성 비를 동반하게 됩니다.
용오름은 계절적으로 여름보다 가을에 잦은데요, 여름에는 상층의 공기도 상당히 따뜻한 반면 가을에는 상층에 상당히 차가운 공기가 확장하는 경우가 많아 그만틈 성질이 크게 다른 두 공기의 충돌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1980년 이후에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용오름이 관측된 것은 85년 10월 14일이고요, 두 번 째는 1988년 10월 18일, 세 번째는 같은 해 11월 27일입니다. 이 밖에 2003년, 2005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용오름이 관측됐는데 모두 10월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토네이도의 파괴력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지만 용오름의 피해는 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광할한 대지에서 나타나는 토네이도에 비해 용오름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다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피해를 줄 만한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트위스터'에서 간접 체험을 한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사실 토네이도는 인류에게 큰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악(惡)기상 현상인데요,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최대 풍속이 시속 480km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철탑을 엿가락처럼 휘게 하는 슈퍼태풍보다 2배 이상 강력한 파괴력으로 건물을 송두리째 뽑아버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입니다.
우리나라는 토네이도가 발생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광할한 대지에서 매우 큰 규모의 먹구름 떼가 발생해야 강한 토네이도로 이어지기 쉬운데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광할한 대지가 없기 때문이죠. 물론 옛 기록 가운데는 황소가 바람에 빨려 올라갔다는 기록도 있지만 검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용오름은 관측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데요, 이번 용오름은 지난 1980년 이후 벌써 여섯 번째 관측된 용오름입니다. 주로 울릉도 부근 바다에서 자주 목격되는데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울릉도 부근에는 광할한 바다가 펼쳐져 흡입성 회오리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 수 있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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