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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언제?

[취재파일]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언제?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 가면 정문에서 교정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아직은 비어있는 동상 자리들이 있습니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미리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노벨상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영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지 않기 때문이겠죠.

노벨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1901년부터 생리의학상과 믈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등 다섯 개 부문에서 시상하고 있고, 경제학상의 경우 스웨덴 중앙은행의 지원으로 1969년부터 추가됐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자를 선정하고, 평화상의 경우에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하는데, 노벨이 사망한 12월 10일 시상식을 갖고 1,000만 스웨덴 크로네, 우리 돈 약 17억 원의 상금이 주어집니다.

              



올해도 지난 주부터 여섯 개 부문에서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전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문학상 부문에서 시인 고은의 수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일부 도박사이트에서는 가능성을 16분의 1 정도로 추정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좀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방송은 스웨덴 현지에서 생방송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시인 고은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이후 그나마 가장 근접한 노벨상 후보자일 것입니다.

이번에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노벨상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줍니다.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30년 전에 수행했던 연구 업적을 토대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수상자 발표 며칠 전 사망했는데 이를 모른 채 발표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캐나다의 스타인먼 박사의 경우 1973년 ‘수지상세포’를 처음 발견한 뒤 1990년대 중반 에이즈 바이러스 전이 과정을 규명해낸 업적이 인정을 받았습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초신성을 관찰해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을 밝혀내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연구자 3명도 1998년의 연구결과가 노벨상 수상의 주된 업적이었습니다.

‘준결정’이라는 개념을 통해 고체의 결정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꿨다는 이스라엘 셰시트먼 박사의 화학상 수상 업적 역시 1980년의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었습니다.

기초과학 분야뿐이 아닙니다. 실증적 계량경제 방법론으로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의 심스 교수와 사전트 교수 역시 1980년대의 거시경제 지표 인과관계 연구가 인정을 받았습니다. 문학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웨덴의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웨덴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며 이미 1990년대부터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던 문인이었던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노벨상의 권위를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뛰어난 연구 업적을 올렸다고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훌륭한 업적이라도 오랜 적용과정에서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웃 일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평화상 1명과 문학상 2명을 빼고 15명이 기초과학 분야였습니다. 또 이 가운데 10명이 2000년 이후의 수상자입니다.

기초과학의 토대를 튼실히 했던 것이 서서히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가 돌아보게 됩니다. 노벨상에 목말라 하기만 했지, 그를 위해 꾸준한 기초과학 투자와 배려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국가는 국가대로 빠른 경제성장의 뒤안길에서 기초과학을 홀대해왔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대학의 학과 선택에서도 기초과학보다는 공학을 선호했는가 하면 지금은 그나마 고급인력이 의대로만 몰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벨상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익숙한 방식대로 빨리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방식에서 그 토대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해마다 10월 전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한국 수상자의 이름이 불리는 날을 조급하게 기다리기만 할 일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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