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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 시대의 엄마는 고군분투 중

학원 보내기가 어디 쉽나요.

[취재파일] 이 시대의 엄마는 고군분투 중

어쩌면 이미 오래된 얘기일 수도 있는, 이 시대 엄마들의 '고군분투'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요즘 세상엔 별로 놀랄 일도 많지 않은데요, 저는 이번에 아이들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에 나선 주부들을 만나면서 세 번 정도 놀라고 또 많이 배웠습니다.


처음은 남편이 이름이 알려진 공기업에, 그것도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주부를 만났을 때였는데요,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이 '엄마'는 아이들 학원비 마련을 위해 예전에 파출부라고 부르던 가사도우미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정은 있었습니다. 아이가 셋인데다, 매달 양가 어른들께 생활비도 드리고, 각종 보험과 적금을 적극적으로 들다 보니 늘 마이너스더라는 것이었는데요, 그나마 가사도우미 일은 시급이 만 원으로 다른 일보다 높고,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 가 있는 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말없이 일만 열심히 했었는데, 일이니만큼 직업정신을 가지고 하다보니 주변에서 격려도 늘고, 적응이 되더라는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중산층에서 남편이 타다주는 월급받고 행복하게 아이들이나 키울 것 같은 주변 어머니들 가운데 이렇게 남모르는 속앓이와 함께 묵묵히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들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외부로 탁 트인 한 동네 마트에서 근무하는 50대 '엄마'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시급 5천 원에, 하루 12시간씩 1주일에 6일 근무. 그렇게 꼬박 한달을 일해야 170만 원 가량이 손에 쥐어졌는데요, 그 돈은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교육비와 용돈으로 쓰였습니다.

힘들고 지칠만도 한데,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쯤 일이 끝나도 누가 한 2, 3시간 일 더하겠냐고 물으면 저는 해요. 아이한테 한 과목이라도 더 가르칠 수 있다면..."

그 무한사랑과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책임감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밖에도 지금은 사라진 줄 알았던 소위 '인형 눈알 붙이기'같은 부업을 하는 억척 '엄마' 등 아르바이트에 나선 다양한 주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아르바이트 정보업체에 '엄마 알바' 관련해 통계 작업을 의뢰해봤는데요, 35세 이상 주부를 모집단으로 했을 때 실질적인 구직 의사를 뜻하는 '신규 이력서 등록자' 수가 올 상반기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7년에 비해 6배가 넘었는데요, 놀라운 것은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상반기 보다도
40% 이상 많았다는 겁니다. 그만큼 지금 각 가정의 경제 상황도 어렵다는 얘기겠죠. 엄마들의 취업이나 아르바이트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좋다, 나쁘다 혹은 소는 누가 키울 거냐는 식으로 얘기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고물가에서 비롯된 등 떠밀린 형식의 것이라면 가슴이 아프다는 겁니다. 누군가가 등을 떠밀었건 아니건 간에 우리 '엄마'들은 생각 이상으로 매우 강한 분들이었습니다.

나약해지고 있는 이 시대의 청소년, 대학생, 젊은이들이 본 받아야 할 사람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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